“성대모사 90%는 흉내 아닌 연기력”
요즘 개그맨은 물론 웬만한 연예인이라면 조금씩 하는 것이 성대모사다. 그래도 성대모사의 지존은 있다.SBS라디오(러브FM·107.7Mhz)의 인기 프로그램 ‘배칠수·전영미의 와와쇼’(매일 낮 12시20분∼2시)를 진행하는 방송인 배칠수와 개그우먼 전영미가 그들이다.2시간 남짓 성대모사로 이뤄진 콩트를 쏟아내는 입담을 들으면, 그들의 성대모사가 타의 추종을 불허함을 느낄 수 있다. 성대모사 커플로 공인된 그들의 라디오 DJ 생활과 재미있는 성대모사 비법을 들어봤다.●“눈빛만 봐도 알아요”
‘성대모사의 지존’ 배칠수·전영미 커플이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잡고 있다.
전영미는 “벌써 6년째 다양한 프로그램을 같이 하다 보니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가 됐다.”면서 “특히 칠수는 국어에 강하고 발음도 정확해 시어머니처럼 잘 챙겨준다.”고 치켜세웠다. 매일 만나 일하다 보니 서로 호칭이 자연스럽게 ‘칠수야’‘영미야’다. 특히 타이틀을 함께 외치거나 곡을 소개할 때, 콩트 애드리브를 할 때 연습을 하지도 않았는데 손발이 너무 잘 맞아 자신들도 놀라는 적이 많다고 했다.
황금시간인 낮시간에 타 방송사 프로그램과 경쟁하기 때문에 긴장도 많이 되지만, 같은 시간대에서 가장 젊은 DJ들인 만큼 비슷한 나이의 청취자들도 끌어들이려고 노력한다고.
성대모사의 달인들답게 시사적인 콩트와 음악을 통해 차별화한 색깔을 만들고 있다. 배칠수는 “나른한 시간인 만큼 귀에 속속 들어오는 재미있는 코너들을 서민적인 시각에서 담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대모사, 끼와 노력 필요
성대모사로 데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칠수는 노무현·김대중·김영삼 등 대통령은 물론 이회창·이명박·손석희·최양락 등 유명인 20여명을 완벽히 성대모사할 수 있다.
백지연·강금실 성대모사로 유명세를 탄 전영미도 박근혜·전도연·이영애 등 10여명의 성대모사를 선보이고 있다. 와와쇼의 간판 코너인 ‘퀴즈 챔피온’과 ‘고독한 사냥꾼’ 등에서 많게는 20여명까지 등장하는 호화 출연진은 다름 아닌 이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한때는 너무 많은 유명인들이 자리를 빛내 자기들끼리 출석을 부르기도 했다.
전영미는 “성대모사는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꾸준히 들으면서 노력해야 한다.”면서 “해보고 안 되는 것은 과감히 버리는데 최근 엄앵란 선생님 성대모사를 시도하다가 포기한 뒤 칠수가 해내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배칠수는 “성대모사는 똑같이 흉내낸다고 되는 게 아니라 90% 이상은 연기력”이라면서 “3∼4년 전에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연습하고 가다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연습하면 안 되던 사람도 어느 순간 성대모사가 된다는 것.“손석희씨 성대모사는 안될 줄 알았는테 최양락 선배님이 해보라고 해서 목소리를 CD에 담아 3∼4개월 연습해서 마스터했다.”고 덧붙였다.
●“장수 프로그램 만들터”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코미디를 안한지 2년쯤 됐는데 정통 콩트가 그립기도 해요. 언젠가 다시 도전할 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라디오가 좋아요.”(전영미)“앞으로 무슨 일이 들어와도 영미와 함께 하고 싶어요(웃음). 라디오든 TV든 모든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죠.”(배칠수)
그들은 “청취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사골 국물 우려내듯 오랫동안 우리 세대 청취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활짝 웃었다.
글 사진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06-06-23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