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만에 자녀상봉 “내가 엄마야… 미안해”

3~4년만에 자녀상봉 “내가 엄마야… 미안해”

홍희경 기자
입력 2006-03-27 00:00
수정 2006-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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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쏘옥….”

유치원에 다니는 사내 아이부터 6학년 누나까지, 삐죽빼죽 키가 맞지 않는 아이들 10명이 율동에 맞춰 동요 개구리송을 불렀다. 노래를 끝내고 품으로 파고드느라 헝클어진 아이 머리를 매만지는 어머니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파주의 한 연수원에서 열린 ‘어머니 수형자 가족캠프’ 현장의 모습이다.

엄마 8명, 10자녀 만나 `가족사랑´ 키워

8명의 어머니들은 사업을 부도냈거나 물건을 훔쳤거나 살인을 저질러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재소자들이다. 대부분 형기를 거의 마쳐 올해 안에 출소할 예정이다. 법무부가 마련한 가족캠프에 참가한 이들은 군대 휴가처럼 재소 중에 집에 다녀올 수 있는 귀휴 프로그램 대상자들로, 귀휴기간 일주일 중 사흘 동안 캠프에 참가했다. 숙명여대 글로벌 인적자원 개발센터가 프로그램을 구성하고,LG-고현정 펀드가 행사비 3000만원을 지원했다.

형기 만큼이나 아이와의 관계도 재소자마다 제각각이다.1주일에 한두번씩 면회오는 아이를 만나 “공부 열심히 해”하며 타이르던 어머니도 있었지만, 아이를 마지막으로 본게 3∼4년이 넘은 어머니가 대부분이었다.6년전 아이가 4살 때 교도소에 들어가 사진으로만 본 어머니와의 대면을 어색해하자 “내가 엄마야. 사랑한다. 그리고 미안해.”라며 끌어안는 어머니도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어머니가 교도소에 있다는 말의 의미는 모르지만, 그 말을 학교에서 해봤자 좋을게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가족들이 숨겨서 엄마가 외국에 살고 있는 줄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행사의 목적 자체가 어머니 재소자들에게 재소자가 아닌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일깨워주는 데 있다.

“아이·엄마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 있었으면”

사흘간의 가족캠프는 음악을 활용한 놀이와 상담, 심리치료로 구성됐다. 심리검사 결과 어머니들의 삶에 대한 의지가 높게 나왔다. 한 재소자는 “아이들을 보니 출소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아이들 대부분은 가족의 사랑에 목말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무를 그린 뒤 ‘어떤게 부족한가.’라는 상담사의 질문에 아이들 대부분이 ‘물’을 꼽았다. 물은 안정된 가정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만기를 한달 앞둔 재소자는 “전문가들이 직접 출소한 뒤 아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할지 지적해줘서 좋았다.”면서 “아이와 어머니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도 다같이 하는 음악치료 등을 멋쩍어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초등학교 6학년생 한명이 캠프 이틀째에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법무부 교정국 교육교화과 남광재 과장은 “재소자들의 교화와 출소후 사회적응을 위해 가족관계가 정상적으로 회복돼야 한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가족관계 개선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파주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6-03-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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