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호하고는 가위 바위 보만 하면 졌다. 그 바람에 긁어댄 솔가리며 꼴이 몇 망태나 될지 셀 수도 없었다. 아무리 각오를 다지고 덤벼도 그는 마치 속을 들여다본 듯 나를 무너뜨렸다. 깍지 낀 손바닥을 뒤집어 “이렇게 보면 네가 뭘 낼지 다 보인다.”는 그의 신통력이 한없이 부러웠다. 약이 오른 김에 빠득빠득 우겨 단판을 세판으로 늘려봤지만 결과는 또 병호의 거들먹거림으로 이어졌다.“자, 졌으면 가서 고구마 구울 솔방울 주워 와.”그런 병호와 다시 가위 바위 보로 붙었다. 그 새 판이 커져 이번엔 술값이 걸렸다. 삼겹살집에 앉아 옛날 고향 친구들이 둘러선 가운데 붙었지만 결과는 또 연패였고, 나는 한 판만 더 붙자고 우겼다. 그때 병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얌마, 삼판에 양승이면 끝이야.”
WBC에서 우리에게 연패를 한 일본이 우승했다.‘부시스러운’ 미국의 농간 탓에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던 월계관을 그들에게 내줬으니 억울하달 수밖에. 그 날, 삼판양승에 익숙한 우리 선수들에게 양승 후의 세번째 대결이 얼마나 지겹고 난감했을까. 병호를 생각하면 싱거운 웃음이 새어나온다.
심재억 사회부 차장 jeshim@seoul.co.kr
WBC에서 우리에게 연패를 한 일본이 우승했다.‘부시스러운’ 미국의 농간 탓에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던 월계관을 그들에게 내줬으니 억울하달 수밖에. 그 날, 삼판양승에 익숙한 우리 선수들에게 양승 후의 세번째 대결이 얼마나 지겹고 난감했을까. 병호를 생각하면 싱거운 웃음이 새어나온다.
심재억 사회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6-03-23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