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바람의 아들/염주영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바람의 아들/염주영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6-03-18 00:00
수정 2006-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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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14회 월드컵의 브라질·아르헨티나전은 축구사 최고의 명장면을 연출한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의 위세에 눌려 단 한번도 슈팅다운 슈팅을 날려보지도 못하고 89분을 허비한다. 마지막 1분. 마라도나는 공을 잡자마자 브라질 골문을 향해 길게 내찬다. 바로 거기에 무명의 10대 선수 카니자가 바람처럼 나타나 기적같은 한 골을 선사한다. 이어 휘슬이 울리고 경기는 1:0 아르헨티나의 승리로 끝난다. 브라질 선수들은 “우리가 왜 졌는지 모르겠다.”며 뒤통수를 얻어맞은 표정으로 퇴장한다.

카니자는 이 한 골로 세계축구팬들로부터 ‘바람의 아들’이란 별명을 얻게 된다. 이후 마라도나와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아르헨티나 축구의 새로운 신동으로 떠오른다.‘바람의 아들’이란 별명을 가진 스포츠 스타가 한둘이 아니지만 카니자의 스피드는 올림픽 단거리 육상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빠른 발은 속도를 중시하는 축구 경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병기다. 어디선가 바람처럼 나타나 빠른 발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골문을 향해 돌진할 때의 짜릿한 흥분은 축구경기 관전의 진수다. 그런 순간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에게 ‘바람의 아들’이라는 칭호가 붙여지곤 한다.

기동력을 중시하는 야구에서도 ‘바람의 아들’이 있다. 엊그제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한·일전.0대0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맞서던 8회 원아웃에 주자를 2·3루에 두고 이종범이 타석에 들어섰다. 파울 타구에 발목을 맞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던 그의 방망이가 거침없이 허공을 갈랐다.4강 진출을 확정짓는 주자 일소 2타점 2루타가 작렬했다.‘바람의 아들’이 진가를 여지없이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이종범은 공격, 수비, 주루 3박자를 완벽하게 갖췄다. 그중에도 7시리즈를 뛰면서 352개의 도루를 해내는 주루플레이는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한국야구의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4강전 세번째 일본대첩을 앞두고 있다. 한국야구가 세계야구의 본산인 미국에서 새로운 전설을 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월드컵에서도,WBC에서도 꿈은 이루어진다.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2006-03-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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