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본선 1회전]이영구 4단,행운의 승리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본선 1회전]이영구 4단,행운의 승리

입력 2006-03-16 00:00
수정 2006-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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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 홍기표 2단 ○ 백 이영구 4단

총보(1∼238) 바둑계의 풍운아 이세돌 9단이 3월12일 결혼했다. 신부는 23세 동갑인 김현진양. 조금 이른 나이이지만,1년의 연애 끝에 사랑의 보금자리를 꾸렸다. 그런데 난처하게도 결혼식과 춘란배 세계대회의 일정이 딱 겹쳤다. 결혼을 연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회를 불참하는 것도 싫었다.

여기에서 이세돌 9단이 기막힌 해법을 들고 나왔다.11일에 본선1회전을 치르고 저녁 비행기로 돌아와서 12일 결혼식을 치른 뒤에 곧바로 다시 베이징으로 날아가서 13일에 본선2회전을 치른다는 전략이다. 물론 1회전을 이긴다는 전제조건 하에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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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더 난관이 있었다.11일의 마지막 비행기가 베이징에서 6시20분에 떠난다. 공항에 늦어도 5시까지는 도착해야 하므로 반드시 바둑을 4시 전에 끝내야 한다. 보통이라면 바둑은 6시에 끝난다. 그래서 이9단은 제한시간 3시간 중 1시간반만을 사용하고 바둑을 두기로 결심했다.

10일의 전야제에서 대진 추첨이 있었는데 이9단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상대가 참가자 중 최약체인 유럽의 타라누 카타린 5단이었기 때문이었다. 이9단은 11일 3시 무렵 번개같이 상대를 물리친 뒤에 여유있게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리고 12일 행복한 결혼식을 치른 뒤에 다시 베이징행. 그리고 13일에는 최근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한 중국의 뤄시허 9단을 물리치고 8강에 진출했다.

한국과 중국에 신출귀몰하며 왔다갔다 하는 가운데에서도 가볍게 8강에 진출한 것을 보면,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그의 풍운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본국은 홍기표 2단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이를 데 없는 일국이다. 중반 상변에서 강수를 터뜨리며 백 대마를 잡아서 일찌감치 승세를 확립했다. 그러나 이후 지나치게 기세 일변도로 바둑을 두다가 패싸움에 얽히면서 난해한 종반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흑의 승리에는 변함이 없었는데 백158로 끊었을 때 축을 착각하여 159로 단수 치면서 바둑은 순식간에 역전이 되고 말았다. 아주 쓴 경험을 한 셈이다.

반면 이영구 4단은 용궁에 갔다 온 한판. 행운의 승리를 발판으로 이후의 본선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238수 끝, 백 불계승 (118=114,137=115,140=114,171=159,174=168,177=159,182=168,

187=159,188=145,196=168,199=193,202=176,205=193,207=176,

209=115,211=69,216=78,219=69,222=78,225=69,228=78,231=69,

234=78,237=159,238=114)(제한시간 각 10분, 초읽기 40초 3회, 덤 6집반)

유승엽 withbdk@naver.com
2006-03-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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