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의료기관 과대광고] 태반주사 ‘만병통치약’ 둔갑…환자들 현혹

[심각한 의료기관 과대광고] 태반주사 ‘만병통치약’ 둔갑…환자들 현혹

강혜승 기자
입력 2006-03-13 00:00
수정 2006-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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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반주사가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병·의원의 무분별한 태반주사 사용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병·의원들은 태반주사의 효능을 부풀리면서까지 태반요법을 권하고 있지만, 이를 제지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최고의 자연요법으로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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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반주사의 안전성과 윤리성이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출산문화운동단체인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부설 ‘탁틴맘’ 회원들이 지난해 안전성과 윤리성이 보장되도록 관련법을 제정하라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모습. 탁틴맘 제공
태반주사의 안전성과 윤리성이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출산문화운동단체인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부설 ‘탁틴맘’ 회원들이 지난해 안전성과 윤리성이 보장되도록 관련법을 제정하라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모습.
탁틴맘 제공
의료기관의 태반주사 효능 부풀리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식품의약품 안전청이 허가한 태반주사의 효능은 갱년기 장애 치료와 간기능 개선 단 두 가지다. 하지만 전국의 병·의원들은 전공 진료과목에 관계없이 태반주사 요법을 과대 선전하며 태반치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A산부인과는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갱년기 장애 치료, 항노화작용, 통증 개선, 피로회복, 아토피성 피부염 등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며 태반주사를 마치 만병통치약인 양 선전하고 있다. 서울의 B성형외과 역시 “류머티즘, 간염, 피부염, 만성피로, 기미까지 태반 요법으로 치유할 수 있다.”며 최고의 자연요법으로 포장 광고하고 있다. 대구의 C의원은 관절염과 골다공증 등을 전문으로 하면서 “태반주사가 기미나 잡티를 개선해 투명한 피부로 만들어준다.”며 태반치료를 권한다. 또 부산의 D비뇨기과는 “난치성 비뇨기과 질환에도 효과가 있어 발기부전, 성욕감퇴 등의 성기능 개선에도 효능을 보인다.”고 설명하는 등 병·의원을 막론하고 태반치료를 부추기고 있다.

의사가 태반주사 직접 권하기도

이들 병·의원에서는 홈페이지에서뿐만 아니라 직접 환자를 상대로 태반주사를 권하기도 한다. 서울 서초동의 김모(48) 주부는 “갑상선에 이상이 있어 치료를 받고 있는데 갑상선 질환 때문인지 쉽게 피로감을 느껴 다니던 병원에 얘기를 했더니 태반주사가 피로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권해 맞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주사를 맞고 오히려 얼굴에 열이 오르고 몸이 붓는 등 더 안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에 사는 박모(38)씨도 병원의 권유로 태반주사를 맞았다. 박씨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이들어 보이는 얼굴이 고민이어서 피부과를 갔더니 태반주사가 주름에도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 동안 맞았다. 돈이 100만원 가까이 들었는데 피부는 확실히 좋아졌지만 주름이 펴진 건 잘 모르겠다.”며 비용대비 효과에 불만을 나타냈다.

안전성 미검증 주사제도 활개

보건당국에서는 우후죽순 확산되는 태반주사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안전성과 윤리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태반주사가 남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방식약청은 요즘 태반주사제를 생산하는 A제약업체와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최근 태반주사제를 수거해 안전성 검사를 실시했는데,A업체의 태반주사제의 경우 실험쥐에 투약한 결과 그 쥐가 죽어 회수·폐기명령을 내렸지만 업체에서 불복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또 “1심에서는 업체의 신청이 기각됐지만, 고등법원에서 최종 판결때까지 회수명령을 정지하라고 결정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해당 태반주사제는 시중에 유통돼 병·의원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현재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태반주사제는 태반의 바이러스 오염 가능성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와 태반 수집시 산모의 동의절차를 받지 않은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와 관련, 식약청은 ‘원료의약품신고지침’을 개정해 인태반의 바이러스를 없애는 불황화 공정과 산모의 바이러스 미감염 여부를 확인한 서류를 갖추도록 의무화해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태반주사의 안전성 문제는 올 하반기에나 해결될 전망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2006-03-1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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