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 뜨거운 벤치 대결을 펼친 한국의 김인식(60) 감독과 일본의 오 사다하루(왕정치·65) 감독. 이들이 걸어온 길이나 야구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지만 무서운 ‘승부사’라는 점은 같다.
김 감독은 1965년 크라운맥주에 입단한 뒤 1972년까지 해병대·한일은행에서 투수로 뛴 게 선수경력의 전부다. 불과 27살 때인 1973년 배문고 감독을 시작으로 1995년과 2000년 OB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김 감독은 선수시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아픔을 되새겨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을 발굴하거나 부상 중인 선수들을 다시 그라운드에 세우는 ‘재활의 신’으로 불린다. 선수들을 끝까지 믿고 맡기는 ‘믿는 야구’,‘기다리는 야구’,‘뚝심의 야구’로 대표된다. 인화를 최고 덕목으로 삼아 선수가 능력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리는 ‘덕장’이다. 반면 중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 감독은 ‘외다리타법’으로 비공인 세계 최다인 통산 868개의 홈런을 쳐낸 일본야구의 신화다.1959년 요미우리에 입단해 통산 13회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올랐고, 이승엽 이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55개)의 주인공이기도 하다.1983년 요미우리 감독이 됐지만 독선적인 지도스타일로 코치들과 잦은 충돌을 빚어 4년만에 경질됐다.1995년 다이에 지휘봉을 쥔 오 감독은 한치의 오차 없는 작전야구를 구사,1999년과 2003년 약체 다이에를 일약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탁월한 작전을 통해 승리를 이끄는 ‘지장’인 셈.
김 감독은 때로 예상밖의 강공으로 대량 득점을 하는 등 선수 개인의 화력에 맡기는 ‘빅볼’을 선호한다. 이와 달리 오 감독은 빈틈없는 수비를 바탕으로 일발 장타보다 기동력과 다양한 작전으로 1점씩을 쌓아가는 ‘스몰볼’이 전매특허다. 지난 한·일전에서도 두 감독의 색깔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일본은 경기 초반 7안타를 터뜨리며 착실하게 점수를 쌓아간 반면 한국은 8회초까지 끌려가다 이승엽의 한 방으로 일순간에 게임을 뒤집었다.
두 사람의 역대 전적도 막상막하다.1995년과 1999년 슈퍼게임 때 대표팀 사령탑으로 만나 1승1패로 균형을 이뤘다가 5일 경기로 김 감독이 앞섰다.‘통큰 야구’가 ‘정밀 야구’를 누른 형국이지만 명예회복을 노리는 오 감독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오는 16일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릴 WBC 2라운드 한·일전에서 누가 웃을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김 감독은 선수시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아픔을 되새겨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을 발굴하거나 부상 중인 선수들을 다시 그라운드에 세우는 ‘재활의 신’으로 불린다. 선수들을 끝까지 믿고 맡기는 ‘믿는 야구’,‘기다리는 야구’,‘뚝심의 야구’로 대표된다. 인화를 최고 덕목으로 삼아 선수가 능력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리는 ‘덕장’이다. 반면 중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 감독은 ‘외다리타법’으로 비공인 세계 최다인 통산 868개의 홈런을 쳐낸 일본야구의 신화다.1959년 요미우리에 입단해 통산 13회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올랐고, 이승엽 이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55개)의 주인공이기도 하다.1983년 요미우리 감독이 됐지만 독선적인 지도스타일로 코치들과 잦은 충돌을 빚어 4년만에 경질됐다.1995년 다이에 지휘봉을 쥔 오 감독은 한치의 오차 없는 작전야구를 구사,1999년과 2003년 약체 다이에를 일약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탁월한 작전을 통해 승리를 이끄는 ‘지장’인 셈.
김 감독은 때로 예상밖의 강공으로 대량 득점을 하는 등 선수 개인의 화력에 맡기는 ‘빅볼’을 선호한다. 이와 달리 오 감독은 빈틈없는 수비를 바탕으로 일발 장타보다 기동력과 다양한 작전으로 1점씩을 쌓아가는 ‘스몰볼’이 전매특허다. 지난 한·일전에서도 두 감독의 색깔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일본은 경기 초반 7안타를 터뜨리며 착실하게 점수를 쌓아간 반면 한국은 8회초까지 끌려가다 이승엽의 한 방으로 일순간에 게임을 뒤집었다.
두 사람의 역대 전적도 막상막하다.1995년과 1999년 슈퍼게임 때 대표팀 사령탑으로 만나 1승1패로 균형을 이뤘다가 5일 경기로 김 감독이 앞섰다.‘통큰 야구’가 ‘정밀 야구’를 누른 형국이지만 명예회복을 노리는 오 감독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오는 16일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릴 WBC 2라운드 한·일전에서 누가 웃을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2006-03-07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