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 일일기자 되다

서지영, 일일기자 되다

입력 2005-12-29 00:00
업데이트 2005-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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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7:10 잠 깨다. 오늘은 ‘서울신문 일일기자´ 뛰는 날. 기대반 걱정반. 두근두근.

AM 11:00 이영표 기자로부터 확인전화. “이따 봐요”

“예? 제가 기자가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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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서지영
허걱,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내가 신문 기자가 된다니…. 서울신문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주말매거진 ‘We’ 100호 특집을 위해 나를 서울신문 문화부 ‘일일 기자’로 임명하겠단다. 게다가 현장에 나가 인터뷰를 하고 기사까지 작성해야 한다니…. 덜컥 겁부터 났다. 인터뷰야 늘상 해 온 익숙한 일. 하지만 연예인이 아닌 기자 신분으로 취재 현장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창피 당하기 전에 포기할까?안 되지. 당찬 서지영이 그럴 수는 없잖아. 마음을 바꿔 덥석 OK의사를 밝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평소 만나지 못했던 동료 연예인들도 만나고, 궁금했던 질문도 마음껏 해봐야지. 푸훗. 근데 걱정이다. 누구를 섭외하지?어떤 질문을 해야 하나?기사작성은 또 어떻게 하구?에궁∼걱정이 태산이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잖아. 한번 해보는 거야! 서울신문 일일기자 서지영의 좌충우돌 취재기 지켜봐 달라고요∼.

# 서기자, 연예사병 인터뷰하다

취재에 앞서 서울신문 문화부에 들러 담당 기자와 기사 아이템을 논의하고 인터뷰 기본 요령도 교육 받았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모습을 볼 수 없어 소식이 궁금한 연예인을 만나는 것이 독자들을 위한 배려가 되겠지?음…누가 좋을까?그렇지!‘연예사병’이 어떨까?마침 내가 출연키로 한 국군방송 TV(KFN:스카이라이프 채널 533번)의 개국축하 특집 공개방송(1월1일 방송 예정)에 윤계상, 지성, 홍경인 등 군입대 스타들이 대거 얼굴을 내민다는데. 게다가 데뷔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지내 온 박광현 오빠가 사회자로 출연하잖아. 이참에 반가운 얼굴도 보고 좋잖아. 그래!결정했어!

# 현장의 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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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터로 출연한 윤계상의 진행으로(사진 아래) 절친한 언니의 친동생이자 부대에 복무중인 김상준 상병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는(위) 서지영.
리포터로 출연한 윤계상의 진행으로(사진 아래) 절친한 언니의 친동생이자 부대에 복무중인 김상준 상병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는(위) 서지영.
어휴, 속탄다 속타∼. 인터뷰의 기본은 약속시간 준수라는데…. 방송 녹화 시작 시간은 7시30분. 때문에 6시부터 1시간 동안 연예 사병들과 인터뷰를 하게 해달라고 미리 소속 부대에 부탁을 해 놓았다. 그런데 웬걸.30분이 지나도록 녹화장인 경기 양평실내체육관에는 광현 오빠가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거 있지?동료 부대원들과 함께 저녁 밥 먹으러 갔단다. 결국 10여분이 더 지나 나타난 광현 오빠. 한껏 핀잔을 주자, 돌아오는 대답.“나는 연예인이 아니라 단체 행동을 하는 군인이라구!”

광현 오빠와 무대쪽 대기실로 가니 반가운 얼굴 들이 그득하다. 자∼첫번째 내 취재망에 걸려든 광현오빠를 필두로 본격적인 인터뷰에 돌입해 볼까.

서지영(이하 서기자):안녕하세요. 서울신문 서지영 기자예요. 호호.

박광현:충성!일병 박·광·현!아∼지영아, 오랜만이야.1년만인 것 같네. 근데 오늘 가수로 출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손에 웬 수첩?노트북은 또 뭐고?

서기자:호호. 가수가 아닌 기자 서지영으로 불러 줘요. 서울신문 일일 명예 기자가 됐어. 참, 이제부터는 농담하면 안돼. 오빠 한마디 한마디가 다 기사화된다니깐.(웃음)

박광현:아하. 그래요?아이고 무서워라. 흠흠∼(목을 가다듬고)오늘 무대는 1일 개국한 국군 방송 TV의 개국 축하 공연이야. 제20기계화보병사단 장병 3000명이 함께 하고 있지. 나를 비롯해 홍경인·윤계상 상병, 서병돈 병장은 손수 만든 신세대 진중가요 ‘너를 사랑해 나를 사랑해’를 선보일 예정이야. 윤계상 상병은 리포터 역할을 하기로 했어. 출연자?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울 길건, 하유선, 서지영, 디바, 더 빨강, 춘자, 아이비 등 섹시 여가수들과 신효범, 한혜진, 더 리플레이 등 유명가수들이 대거 참여해.

서기자:내가 보기엔 군생활 제대로 적응할 스타일이 아닌데?호호.

박광현:무슨 소리!남들 하는 만큼 열심히 하고 있어. 근데 그리 녹록지 않더라고. 연예사병으로서의 군 홍보 업무는 물론 훈련도 받고…밖에 있을 때보다 스케줄이 더 바쁜 것 같아. 하하.

PM 6:00 약속시간. 광현 오빠 콧빼기도 안 보임. 주거~!

PM 6:40 드디어 만남. “오빠, 취재 빵꾸 낼 거야 진짜~” “미안 미안! 내가 원래 좀 바빠, ㅋㅋ”

PM 7:30 방송 녹화 시작. 군인아저씨들 예상 외의 열광. 신난다!

서기자:입대한 지 1년 남짓 됐는데, 연예계가 그립지 않아요?

박광현:훈련소 시절엔 굉장히 그리웠지.TV에 연예인들 나오면 ‘내가 저기 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울컥해지기도 했어.

서기자:연예사병 모두 같은 내무반에서 자죠?잠자리 에피소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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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일일기자 서지영이 데뷔시절부터 오빠·동생 사이로 지내온 절친한 동료인 박광현 연예사병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신문 일일기자 서지영이 데뷔시절부터 오빠·동생 사이로 지내온 절친한 동료인 박광현 연예사병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박광현
:하하. 왜 없겠어. 국군방송에서 연예사병들이 각자 많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거든. 어떤 날은 내 옆 여기저기서 ‘잠꼬대 방송’이 이어지곤 해. 가령 홍경인 상병이 “지금까지 진행에 홍경인이었습니다. 윤계상씨 받아주세요∼.”하면 옆의 윤계상 상병이 잠결에 “예!윤계상 마이크 받았습니다.”라고 대답한다는 거지. 완전히 ‘릴레이 잠꼬대’라니깐.

# 취재하랴, 출연하랴 바쁘다 바빠!

휴∼이제 한 명 끝냈다. 근데 녹화 시작 시간이 10분도 채 남지 않았네. 서둘러야겠다. 어, 저기 홍경인씨잖아.

서기자:안녕하세요. 홍경인씨 오랜만이에요.

홍경인:아∼서지영씨, 아니 서 기자!안녕하세요?(웃음)

서기자:제가 어릴 적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보고 경인씨 짝사랑했던 거 모르시죠.(이크, 인터뷰에 사심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홍경인:오호!고마우셔라. 요즘 지영씨도 군인들 사이에 최고 인기 스타인 거 알아요?우리 내무반에서도 지영씨 노래 ‘Stay in me’가 종종 흘러나와요.

서기자:연예사병은 모두 몇명이에요?‘짬밥’ 순서는요?

홍경인:각자 소속 부대는 다르지만, 국방부 근무지원단 지원대대 소속 국방 홍보지원반 파견 근무 중인 연예사병은 모두 15명이에요. 저는 상병이고,(윤)계상이도 상병, 지성이는 일병이죠. 참 1월5일 전역하는 이민우 병장도 있어요.

홍경인 상병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반대쪽을 보니 윤계상씨와 지성씨가 보인다. 모두 짧은 머리를 해서인지 입대전보다 더 어려보인다. 계상씨는 전방 사단에서 9개월 근무하다가 지난 1일부로, 지성씨는 지난 11월 부로 각각 전입해 왔단다. 모두 “따로 따로 야전에 있다가 만나니까 서로 힘이 되어주고 많이 친하게 됐어요. 콩 한쪽도 나눠먹는 전우들이죠.”라며 한목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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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현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의 무기인 노트북을 들고 ‘브이!’.
취재 현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의 무기인 노트북을 들고 ‘브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인터뷰를 마치고, 무대에 올라 노래 두 곡을 부르고 난 뒤 다시 돌아왔다. 에휴∼숨너머가네. 자∼이제 노트북으로 기사 작성을 한번 해볼까. 어라!이거 간단치 않은데. 첫 줄부터 막히는 게…. 함께 온 서울신문 담당 기자와 함께 한동안 머리 맞대고 씨름한 뒤에야 간신히 내 생애 첫 기사가 완성됐다!

운 좋게도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 100호를 맞아 기자 체험을 해봤는데,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취재한 6시간이 마치 6일 같이 느껴질 정도로 힘들었지만, 내 노력이 알찬 정보가 돼 신문 지면을 빛낸다고 생각하니 가슴 뿌듯하다. 새해에도 이렇게 치열하게 노래 부르고 연기해야겠다. 서울신문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지영이도 많이 예뻐해주시고요.

<취재 서지영 일일기자>

정리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2005-12-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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