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상속 소녀의 비운

9억 상속 소녀의 비운

황경근 기자
입력 2005-12-10 00:00
수정 2005-12-1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조카를 키워 주겠다며 데려온 뒤 보상금으로 받은 6억원 상당의 양육비를 떼먹고 조카를 상습적으로 학대해 온 ‘인면수심’의 삼촌과 숙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는 9일 김모(43·무직·대구 수성구 만촌동)씨를 아동복지법 위반혐의로 9일 구속하고, 김씨의 아내 이모(38)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1년 2월 교통사고로 부모와 오빠를 한꺼번에 잃은 조카 A(13·여·중학2년)양을 같은 해 10월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뒤 지난해 8월부터 ‘재수없다.’ ‘밥을 늦게 먹는다.’며 A양의 옷을 모두 벗긴 뒤 둔기로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 부부가 개인 채무변제와 주식투자 등으로 돈을 모두 탕진, 남은 유산이 없어지자 A양을 학대하기 시작했다.”면서 “A양의 밥먹는 시간을 시계로 재고, 고통에 못이겨 음식물을 구토하면 다시 이를 핥아 먹게 하는 등 잔학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씨 부부는 2001년 2월 A양이 육군 소령이던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 등 3명이 한꺼번에 교통사고로 숨져 유족연금, 퇴직금, 교통사고 피해보상금 등으로 9억 3000여만원을 상속받게 되자 같은 해 10월 A양을 입양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 부부는 A양의 조부와 외조부측에 3억 1000만원을 지불하고 공무원 유족연금은 조부가 수령하는 조건으로 친권을 포기하게 한 뒤 만 18세 이후에 수령한다는 조건으로 A양 명의로 3억 5000만원을 보험료로 납입하고 나머지는 양육비 등의 명목으로 챙겼다. 김씨 부부는 A양을 입양한 이후 2003년 1월쯤 친권을 이용해 A양 명의로 가입된 보험을 해약, 원금과 이자를 모두 빼내는 등 모두 6억 20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부부는 챙긴 돈을 주식에 투자하면서 진 빚을 갚는데 쓰는 등 모두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이 삼촌의 학대에 못이겨 지난 8월 가출하면서 조부와 외조부측에서는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지만 친권을 포기하면서 받은 돈 때문에 김씨 부부에게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부부의 범행은 A양이 학대를 견디다 못해 수차례 가출하자 이를 보다 못한 A양의 외사촌(20)이 아동학대예방센터에 신고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A양은 현재 아동학대예방센터에 보호중이나 김씨 부부가 재산을 모두 탕진해 1년내에 친권자를 찾지 못할 경우 빈털터리로 고아원에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아동학대예방센터 관계자는 “A양은 학대 후유증으로 인한 불안과 우울 증세 등으로 병원을 오가며 약물과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조부나 외조부측에서 한번도 찾아오지 않는 등 A양을 맡겠다는 의사표시가 없고 A양도 조부나 외조부측에 가서 사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2005-12-10 7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