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은 ‘스포츠의 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축구를 비롯해 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야구 월드컵’으로 불리는 세계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스포츠 이벤트가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수와 진보로 갈려 줄곧 반목하며 평행선을 내달려온 양 진영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합창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시름에 잠겼던 서민들도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웃음꽃을 피울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들의 관심은 단연 월드컵축구에 쏠려있다. 내년 6월 독일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축구는 이미 본선 진출 32개국을 가린 가운데 새달 10일 16강 진출의 운명을 좌우할 조 추첨을 앞둬 대회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일찌감치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뤘으면서도 잇단 졸전으로 질타를 받던 한국축구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사령탑에 올라 선수들의 정신과 기량을 재무장하면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평가다.‘태극전사’들이 한·일 월드컵 당시의 위용을 회복한 데는 카리스마 넘치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과 열정이 선수들을 깨우는 데 보다 큰 몫을 했다는 생각이다.
내년 6월이면 우리 국민의 넘치는 에너지가 다시한번 폭발해 ‘월드컵 마법’을 재현할 듯싶다. 밤잠을 마다하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다소 부족한 우리 선수들에게 충만한 ‘기(氣)’를 불어넣을 것이다.‘안방 4강’이라는 일부의 비아냥을 실력으로 떨쳐버릴 것이라는 기대다.
그런데 내년에는 월드컵만 있는 게 아니다.2월에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동계올림픽이,12월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의외로 두 대회가 열리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다. 아쉽지만 월드컵의 그늘에 가려진 탓일 게다.
지금 태릉선수촌 등에서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유도 레슬링 배드민턴 등 수 많은 동·하계 종목 선수들이 두 대회를 겨냥, 묵묵히 구슬땀을 쏟고 있다. 축구 선수의 ‘부와 명예’에는 비교조차 안 되지만 축구 선수처럼 국가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이른바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이다.
최근 선수촌에서 만난 한 감독은 열악한 환경과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훈련에 열중하는 선수들을 보면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니, 축구라도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을 기쁘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가장 아쉬운 점은 국민들의 철저한 무관심이란다. 대회가 열리고 금메달이라도 따야 그제서야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그의 자조섞인 말에서 비인기의 아픔이 흠씬 묻어났다.
우리는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 여자핸드볼팀이 보인 투혼에 모두 감동했다.‘금같은 은’이라며 치켜세웠고, 꿈나무를 발굴해 핸드볼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며 언론들은 해묵은 일과성 호들갑을 되풀이했다. 물론 국민들도 한목소리로 열을 올렸다. 당시 임영철 감독이 “지속적으로 관심만 가져달라.”던 눈물의 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네들은 이번만큼은 제발 ‘반짝 관심’이 아니길 갈망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게 현실이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단적으로 보인 예가 있다. 지난 3월 축구의 나라 스페인에서 대표선수가 대거 포진한 한 클럽 여자핸드볼 선수들이 스포츠전문지에 자신들의 누드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손과 핸드볼 공으로 치부만을 가린 이들의 모습이 화제가 됐지만 옷을 벗은 사연은 눈물겹다. 축구에 가린 핸드볼이 언론과 팬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옷을 벗어던졌다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누드로 경기를 치르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비인기 종목은 어느 나라에나 있게 마련이다. 또 모든 종목이 똑같은 대우와 인기를 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역도의 장미란과 복싱의 이옥성 등은 세계를 제패해 축구 이상의 기쁨을 국민들에게 안겼다. 우리가 이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제2, 제3의 장미란과 이옥성이 보다 큰 희망과 용기로 국민에게 보답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김민수 체육부 부장급 kimms@seoul.co.kr
국민들의 관심은 단연 월드컵축구에 쏠려있다. 내년 6월 독일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축구는 이미 본선 진출 32개국을 가린 가운데 새달 10일 16강 진출의 운명을 좌우할 조 추첨을 앞둬 대회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일찌감치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뤘으면서도 잇단 졸전으로 질타를 받던 한국축구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사령탑에 올라 선수들의 정신과 기량을 재무장하면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평가다.‘태극전사’들이 한·일 월드컵 당시의 위용을 회복한 데는 카리스마 넘치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과 열정이 선수들을 깨우는 데 보다 큰 몫을 했다는 생각이다.
내년 6월이면 우리 국민의 넘치는 에너지가 다시한번 폭발해 ‘월드컵 마법’을 재현할 듯싶다. 밤잠을 마다하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다소 부족한 우리 선수들에게 충만한 ‘기(氣)’를 불어넣을 것이다.‘안방 4강’이라는 일부의 비아냥을 실력으로 떨쳐버릴 것이라는 기대다.
그런데 내년에는 월드컵만 있는 게 아니다.2월에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동계올림픽이,12월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의외로 두 대회가 열리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다. 아쉽지만 월드컵의 그늘에 가려진 탓일 게다.
지금 태릉선수촌 등에서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유도 레슬링 배드민턴 등 수 많은 동·하계 종목 선수들이 두 대회를 겨냥, 묵묵히 구슬땀을 쏟고 있다. 축구 선수의 ‘부와 명예’에는 비교조차 안 되지만 축구 선수처럼 국가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이른바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이다.
최근 선수촌에서 만난 한 감독은 열악한 환경과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훈련에 열중하는 선수들을 보면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니, 축구라도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을 기쁘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가장 아쉬운 점은 국민들의 철저한 무관심이란다. 대회가 열리고 금메달이라도 따야 그제서야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그의 자조섞인 말에서 비인기의 아픔이 흠씬 묻어났다.
우리는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 여자핸드볼팀이 보인 투혼에 모두 감동했다.‘금같은 은’이라며 치켜세웠고, 꿈나무를 발굴해 핸드볼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며 언론들은 해묵은 일과성 호들갑을 되풀이했다. 물론 국민들도 한목소리로 열을 올렸다. 당시 임영철 감독이 “지속적으로 관심만 가져달라.”던 눈물의 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네들은 이번만큼은 제발 ‘반짝 관심’이 아니길 갈망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게 현실이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단적으로 보인 예가 있다. 지난 3월 축구의 나라 스페인에서 대표선수가 대거 포진한 한 클럽 여자핸드볼 선수들이 스포츠전문지에 자신들의 누드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손과 핸드볼 공으로 치부만을 가린 이들의 모습이 화제가 됐지만 옷을 벗은 사연은 눈물겹다. 축구에 가린 핸드볼이 언론과 팬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옷을 벗어던졌다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누드로 경기를 치르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비인기 종목은 어느 나라에나 있게 마련이다. 또 모든 종목이 똑같은 대우와 인기를 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역도의 장미란과 복싱의 이옥성 등은 세계를 제패해 축구 이상의 기쁨을 국민들에게 안겼다. 우리가 이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제2, 제3의 장미란과 이옥성이 보다 큰 희망과 용기로 국민에게 보답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김민수 체육부 부장급 kimms@seoul.co.kr
2005-11-30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