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옥득진 3단 백 이영구 4단
제1보(1∼7) 11월1일 한국기원 대국실. 젊은 신예기사들 87명이 총출동한 가운데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개막식이 거행됐고, 이어 곧바로 예선 1회전이 시작됐다.바둑은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몸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10대의 청소년부터 80대의 노인까지 모두 한번에 시합을 치른다. 그렇지만 바둑에서도 체력이 승부와 연관되는 것이 사실이고, 경험도 실력 이외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서울신문 주최 제16기 신인왕전이 개막된 지난 1일 국내 바둑계의 기대주인 이영구(오른쪽) 4단과 옥득진 3단이 예선대국을 갖고 있다.
어느 시합에서건 우승을 한번 하면 자신감으로 실력이 쑥쑥 오를 텐데, 최고수들과 만나면 시작부터 새싹들은 밟히기 십상이다. 그래서 젊은 신예기사들만을 위해 탄생한 것이 주니어기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니어기전은 ‘청소년배’이다. 이 대회의 역대 우승자는 윤기현 김수영 강철민 김인 유건재 김동명 홍종현 등이다. 훗날 한국 바둑계의 정상에서 활약했던 기사들이다.1963년부터 1971년까지 9년 동안 진행된 뒤에 아쉽게 사라졌다.
그 뒤 14년만에 생긴 기전이 비씨카드배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신왕전이다.1985년부터 5년간 진행된 이 대회의 역대 우승자는 정수현 유창혁 문용직 임선근 이창호 등이다.
프로신왕전이 없어진 뒤 비씨카드배는 다시 모든 기사가 참여하는 대회로 바뀌었다가 8기부터 신인왕전으로 복귀했다.
그동안의 우승자들은 목진석 김만수 이상훈(小) 조한승 이세돌 송태곤 안조영 박영훈 등이다.
최근에는 이밖에도 오스람코리아배,SK가스배 등 주니어기전이 많아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예기사들의 실력이 워낙 출중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국 바둑의 미래를 위해 젊은 신예기사를 육성한다는 취지도 더해졌다.
실제로 올해 우승자인 박영훈 9단은 이미 작년에 후지쓰배, 중환배 등을 차지했던 세계 최정상급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신인 기사를 키운다는 취지가 퇴색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래서 이번 16기부터는 일반 기전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프로기사는 제외하고 입단 10년 이내의 젊은 기사들만 참여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꿨다. 그렇다고 참가하는 기사들의 실력이 약해졌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본국의 이영구 4단은 작년도 바둑대상에서 승률상을 수상한 기사.11월 현재 전체 랭킹 14위에 올라 있다. 옥득진 3단은 지난여름 왕위전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도전자로 선발되어 이창호 9단과 일진일퇴를 벌인 적이 있다.
이 두 강자의 기보부터 16기 비씨카드배 소개를 시작하겠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2005-11-04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