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지 쓰임새가 많네”

“전통한지 쓰임새가 많네”

조태성 기자
입력 2005-09-08 00:00
수정 2005-09-0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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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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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열렸던 일본 아이치 엑스포 한국관의 다양한 한지등(韓紙燈)들. 문화관광부의 ‘한(韓) 브랜드화’ 사업 추진에 따라 한지 부활 방안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지난 5월 열렸던 일본 아이치 엑스포 한국관의 다양한 한지등(韓紙燈)들. 문화관광부의 ‘한(韓) 브랜드화’ 사업 추진에 따라 한지 부활 방안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그 좋다는 비단이 500년이라면 종이는 1000년을 간다는 얘기다. 홑겹이면 살아 숨쉬는 종이, 여러 겹이면 화살도 못 뚫는 질긴 종이가 된다는 한지를 말할 때면 으레 나오는 구절이다. 최근 웰빙 바람 덕에 다시 주목받는다지만 요즘처럼 편한 세상에 일일이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다듬어야 하는 한지는 많이 잊혀진 상태다.1957년 전국 149개 주요 공장에서 2462t(약 15억여원)을 생산한데 반해 지금은 전국적으로 6∼7개 정도의 생산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한지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문화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韓) 브랜드화 사업’의 일환으로 한지의 ‘현대화’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 문화부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하는 정책포럼이 9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진흥원 회의실에서 열린다.

한 브랜드화 사업이란 한국의 전통을 ‘현대 한국 대표 브랜드’로 키워내기 위해 5년간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붓겠다는 사업이다. 한지 외에 한옥, 한복, 한식, 한국학, 한국어 등이 그 대상이다.

디자인·색감 표준화 등 필요

아무래도 가장 관심을 끄는 발표는 10여년 넘게 한지의 현대화를 연구해 왔다는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의 조현진 박사가 발표할 ‘한지의 상품화 및 실용화 방안’이다. 조 박사는 이 발표를 통해 시제품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다양한 한지 제품들을 선보인다.

인테리어등 응용분야 무궁무진

우선 한지로 담배필터를 만들었더니 종이필터나 아세테이트 토우 필터 등 기존 필터보다 니코틴·타르·일산화탄소 제거율이 최대 8% 가까이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막는 차폐율이 99%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특허출원 중이다.

이런 기능성 외에도 성근 식물성 조직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어 블라인드 등과 같은 차광용품으로 쓸 경우 은은한 빛을 만들어줄 수 있고, 흡수율이 좋아 냅킨이나 생리대·기저귀로도 응용할 수도 있는 등 사용법은 무궁무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제조법을 표준화·규격화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조 박사는 일본의 ‘화지’, 중국의 ‘선지’의 경우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연구소의 검증을 거치거나 국가 전통보유기술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떻게 활로를 뚫어 주나

이렇게 요모조모 쓰임새 많은 한지를 어떻게 부활시킬 것인가.

무엇보다 디자인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안동가톨릭상지대 실내디자인과 최계영 교수는 “다양한 디자인이 없고 오직 자연적인 성질만 그대로 살린 것이 많은데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상지대 예술체육대 김현태 교수 역시 “한지 디자인이나 색감을 표준화할 수 있는 견본집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디자인연구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생산자 우대를 위해 특성화고교도 세우고 우수한 제작자는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김원길 고택문화보전회장은 이색 제안을 내놨다. 사찰·향교 등과 같은 지정문화재에서부터 한지를 쓰도록 하자는 것. 김 회장은 “문화재보호법을 보면 창호지 바르는 것은 사소한 수리행위라면서 벽지나 바닥지는 문화재 수리기술자가 하도록 해놨다.”면서 “이는 주인이 한지를 쓰고 싶어도 사실상 금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관공서나 국영기업체에서도 문서를 한지로 작성하는 모범을 보일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거창한 것보다는 실생활 속에 뿌리내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5-09-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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