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transvestite)와의 사랑
그녀를 만나자 내 본능이 어리둥절하니 환해졌다. 어느새 내 머릿속에는 형이상학이 달아났다.그녀는 ‘그’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여장남성이었다.
그는 오로지 ‘여자의 몸’이 되고 싶어 했다.
섹스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나의 허약한 정력에 맞았다. 그러나 그(그녀)는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는 나하고 블루스를 출 때 오르가슴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아니 그녀는 손톱을 아주 길게 기르고 있었다.
화장도 진했다. 그래서 여느 여자들보다 나았다.
그녀의 몸은 분명한 남성이었다.
성전환 수술을 바라고 있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고운 피부며 불룩 튀어나온 유방이나 호리호리한 몸매는 완벽한 여성이었다.
모두 피나는 노력과 성형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화사한 옷차림과 짙은 화장이 그(그녀)를 더욱 여성스럽게 했다.
나는 그(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요란하디요란하게 키스했다.
키스하면서 그녀의 눈을 훔쳐보았다. 콘택트 렌즈가 퍽 특이했다.
‘주얼리 콘택트 렌즈’라고 했다.
렌즈 표면에서 얇은 끈으로 연결된 보석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볼 근처에서 반짝반짝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줄에 걸려서 렌즈가 빠질까봐 조심조심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다들 저런 렌즈를 붙인다면, 싸움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늘 주장해 왔던 ‘탐미적 평화주의’의 현실적 실현이었다.
그녀는 위 속눈썹에는 10㎝의 인조 속눈썹을, 아래 속눈썹에는 8㎝의 인조 속눈썹을 붙이고 있었다. 아래 속눈썹은 입술 언저리까지 흘러내려와 있었다. 몹시도 섹시했다.
나는 그녀와 계속 블루스를 추었다. 흘러나오는 곡은 다미타 조가 부르는 ‘A Time to Love’였다.“Stay with me…”로 시작되는 감미로운 가사와 솜사탕 같은 음색이 나의 페니스를 한껏 고조시켜 주었다.
춤을 몇 곡 더 추고 난 뒤, 우리는 나이트클럽을 나왔다.
우리가 간 곳은 장미호텔이었다.
나는 지난날 M교수가 쓴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보고 큰 감동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요즘은 모든 장급 여관들이 ‘호텔’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었다.
방 안에 들어간 후, 우리는 먼저 목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녀는 발가벗는 것을 전혀 창피해하지 않았다.
옷을 벗은 그녀의 아랫도리에는 묵직한 페니스와 고환이 매달려 있었다.
나는 문득 그녀의 페니스를 펠라티오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가 먼저 입을 크게 벌리고 내 페니스를 향해 돌진해 왔다.
나는 그녀가 온몸에 비누를 묻혀 나를 목욕시켜 주는 서비스와 펠라티오 서비스를 해주는 것을 동시에 받으며 한껏 고조된 오르가슴을 느꼈다.
일본에는 ‘소프 랜드(soap land)’라는 곳이 있어 여자들이 맨몸뚱이에 비누칠을 하고서 남자 손님의 몸을 비비며 서비스를 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왜 그런 서비스업소가 없는 것일까. 답답한 나라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발전시켜야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올 것이 아닌가.
우리는 비누거품 속에서 한참동안 서로의 몸을 탐식했다. 끈적끈적 섹시섹시하게….
보면 볼수록 신기한 그녀의 육체구조가 나를 더욱 흥분시켰다. 그녀의 산만 한 젖퉁이와 커다란 페니스는 정말 ‘톨레랑스’라고 부를 수 있는 유쾌한 대조이자 조화였다.
목욕이 끝난 후, 우리는 벌거벗은 채로 침대 위로 기어올라 갔다.
푹신푹신한 더블베드는 운동장만큼이나 넓었다.
그녀는 먼저 펠라티오부터 해주었다. 내 페니스 끝에 매달려 있는 페니스고리를 그녀의 앞이빨 사이에 집어넣고 살짝 잡아당기자 나는 마조히스틱한 쾌감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서 나도 그녀의 젖꼭지에 매달려 있는 젖꼭지걸이를 거세게 잡아당겨 보았다. 그녀가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냈다.
“아아야…으으흠…”
나도 그녀에게 ‘궁짝’을 맞춰 주느라고 신음소리를 내주었다.
“으으으…흐흐음…”
우리는 서로의 몸뚱어리를 철부덕 철부덕 비볐다. 악에 받친 흥분 끝에 내 페니스에서 정액이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그녀의 페니스에서도 정액이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우리는 서로의 정액을 섞어 서로의 얼굴에 발랐다.
그리고 그것을 혓바닥으로 살금살금 핥았다.
그러다가 우리는 거센 키스를 했다. 아주 오랫동안의 키스였다. 나는 혓바닥이 얼얼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그 다음에는 애널(anal)이었다. 아까 정액을 쏟아내서 그런지 이번에 나는 정액을 빨리 분사시키지 않고서 오랜 시간 동안 애널 섹스를 즐길 수 있었다.
내 페니스는 사실 그리 힘이 센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힘차게 작동해주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 같았다.
‘사랑’만한 정력제가 어디 있을까? 남자들은 인삼·녹용·웅담·뱀·지렁이 등의 정력제를 찾아다닌다. 또 ‘비아그라’를 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진짜 정력제는 ‘사랑’이다.‘정력’보다는 ‘정열’이 최고의 최음제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내 애널 섹스를 받아들이는 중간에도 자신의 페니스를 계속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참 희한한 남자였다. 성감대가 온몸에 퍼져 있는 듯했다.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 나오는 말론 브랜도는 애널 섹스를 하는데 버터를 윤활제로 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윤활제가 필요치 않았다.
오랜 시간의 애널 섹스가 끝난 뒤 우리는 펑퍼짐하게 누워 각자 담배를 한 대씩 피웠다.‘사랑을 나눈 후 피우는 담배’…. 나는 금세 시상(詩想)을 떠올릴 수 있었다. 허무와 희열이 엇섞인 기분…. 그런 기분이야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지경의 경지가 아닐까?
담배연기는 한껏 희뭉드레하게 공중 위를 흩날렸다.
덧없는 것의 화려함,
화려한 것의 덧없음….
나는 한껏 센티멘털한 기분에 잠겨 그녀의 몸뚱어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담배를 다 피우고 난 후, 우리는 다시 서로의 몸뚱어리를 거칠게 능욕했다.
그녀는 분명 마조히스트였다.
나는 분명 새디스트였다
나는 바지의 혁대를 풀어 그녀의 온몸에 채찍질을 했다.
그녀는 아픈 비명 속에서도 자지러지는 오르가슴을 느끼며 내 매를 얌전하게 맞았다. 혁대를 쥐고 있는 내 손에서는 울끈불끈 힘이 솟았다.
다 때리고 난 후, 나는 테이블 옆의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곧바로 내게 엉금엉금 네 발로 기어와 나의 발받침 노릇을 해주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꼼짝 않고서 내 발과 다리를 받쳐주고 있었다.
그런 자세로 나는 맥주를 따라 마셨다. 호박빛 액체가 한결 음란한 색깔로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맥주를 마시는 중간 중간 그녀의 몸에 맥주를 뿌렸다. 그런 다음 내 혀로 맥주를 핥아먹었다.
내가 다리받침 노릇을 그만두라고 명령하자 그녀는 곧바로 다시 내 페니스와 고환에 들러붙었다. 그러고는 한도 끝도 없는 펠라티오였다.
나는 그녀의 머리에 침을 뱉었다. 퉤! 퉤! 퉤!….
나는 어느 여자한테서도 이런 섹스의 엑스터시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여자들은 조금만 예쁘면 다 기(氣)가 세고 위세등등했다. 건방졌다.
나는 그녀가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좋았다.
그녀의 온몸은 전체가 관능덩어리였다. 나는 오랜만에 관능의 포식감을 느꼈다.
■마광수는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2005-08-25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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