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우리 헌법은 내각제에 가까운 권력운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분권형 국정운영, 책임총리제를 지향하고 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자민련과 공동정부를 운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통령제의 골간을 유지하면서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제2여당에 각료 일부를 할양하는 정도였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연정에 동참하면 대통령 권력하의 내각이 아니라 내각제 수준의 권력을 보장해줄 뜻을 밝혔다.‘정권을 내주겠다는 것’,‘실질적으로 정권교체 제안’이라는 표현을 썼다. 헌법에 명시된 외교·국방권까지 이양하고 의전대통령으로 남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지만,‘내각제적 권력이양’은 초헌법적이라는 지적을 벗어나기 힘들다.
특히 대통령의 권력을 열린우리당에 이양한 뒤 다시 한나라당에 넘기는 두차례 과정을 거론했는데 개헌·선거 없이 이런 절차가 가능한지 의문스럽다. 한나라당과 연정이 이뤄지면 개헌안 국회의결선을 넘게 된다. 여권은 부인하고 있으나 연정론이 내각제 개헌으로 이어지고, 총선시기 조절이 시도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한나라당이 거부의사를 밝히는데도 노 대통령은 연정 제안을 거듭 내놓고 있다. 아직 알리지 않은 큰 그림이 있다면 모두 털어놓고 진정성을 심판받는 게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다. 합당, 정계개편, 개헌 어느 쪽이든 설득력있는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판을 흔들어 반사이익을 보자는 차원으로 폄하되고,6자회담·경제회복 등 주요 현안을 등한히 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