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번지점프/이호준 인터넷부장

[길섶에서] 번지점프/이호준 인터넷부장

입력 2005-07-13 00:00
수정 2005-07-1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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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

남이섬을 가게 된 건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거절하기 어려운 사람으로부터, 섬에서 작은 공연이 있으니 다녀갔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어렵게 얻은 휴일인데….” 처음엔 귀찮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하지만 모처럼 가족과 나들이를 한다는 걸 위안 삼아 빗 길을 나섰다.

공연은 출발 전에 먹었던 마음이 후회될 정도로 재미있었다. 거칠지만 혼신을 다하는 청춘의 몸짓에 흠뻑 빠져들었다. 한때 세상을 방황하던 아이들이었다. 그들이 쏟아내는 숨결을 느끼며 눈시울이 절로 뜨거워졌다. 나오는 길에 번지점프를 봤다. 청년들이 새처럼 우아하게, 혹은 잔뜩 겁먹은 몸짓으로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잠시 서서 바라보는 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은 건 ‘자유’라는 단어였다. 저들은 저 순간 자유의 극치를 맛볼까, 아니면 또 다른 구속에 절망할까. 결론은 마음먹기에 달려있을 거라는 데로 모아졌다. 자유롭다고 생각한 사람은 짜릿한 희열을 느낄 것이고, 구속을 느낀 사람은 고통과 절망을 맛보지 않을까. 생각에 따라서는 하늘을 나는 새도 우주라는 조롱 안에 갇혀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이호준 인터넷부장 sagang@seoul.co.kr
2005-07-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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