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 주름잡는 총수님

M&A시장 주름잡는 총수님

류길상 기자
입력 2005-07-05 00:00
수정 2005-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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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 총수들이 기업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직접 뛰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는 IMF직후 각광받다 각종 주가조작이나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추락의 길을 걸었지만 대기업 총수들이 ‘자금줄’이 된 CRC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활발한 편이다.

최근 위장계열사를 통해 회사돈 20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은 지난해부터 CRC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자신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벤처투자회사 UTC벤처로 CRC전문업체인 ‘인터바인 M&A’의 인력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CRC업체로 변신한 것이다.

UTC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바꾼 뒤 지난해 CRC펀드를 통해 법정관리중이었던 도기·타일업체인 동서산업을 1200억원에 인수했다. 동서산업은 지난해 매출 1418억원, 영업이익 109억원을 달성한 ‘알짜기업’.

대상은 동서산업과 동서산업건설을 계열로 편입시키며 사업영역을 다각화할 수 있었다.UTC는 또 최근 동서산업 지분에 대해 주당 1만 1500원에 95% 유상감자를 단행함으로써 일차적으로 투자금액을 회수했다.

UTC는 지난 2002년,2003년 각각 245억원과 65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임 회장은 자신의 은행예금을 담보로 제공,UTC가 60억원을 차입하도록 해주는 등 각별한 공을 들였다. 서울 여의도 UTC 사무실에도 가끔 들러 경영현황을 보고 받았다.

두산그룹 박용만 부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네오플럭스’는 국민연금과 CRC펀드를 결성, 최근 삼성전자의 소형가전 자회사인 노비타를 305억원에 인수하면서 유명세를 이어갔다.

지난 2000년 설립때는 ㈜두산의 100% 자회사였지만 몇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박정원 두산 사장과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각각 5.99%,4.39%의 지분을 갖게 됐다. 박 사장은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장남이며, 박 상무는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이다. 네오플럭스에는 또 박용만 부회장의 형인 박용현 서울대 교수의 장남 태원씨가 상무로 일하고 있는 등 두산 오너일가와 각별하다.

네오플럭스의 매출(영업수익)은 2001년 7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76억원으로 급증했다. 회사 자체 수익보다 두산그룹의 M&A 전략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더 크다는 평이다. 두산의 고려산업개발 인수를 주도했고 중국 란싱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를 자문하기도 했다. 대우종합기계 인수에도 네오플럭스의 역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플럭스는 지난 2003년 대한주택공사 자회사였던 한성에 330억원을 출자, 인수했는데 당시 인수파트너가 박용만 부회장의 중·고교 동창인 구자철 회장이었다. 박 부회장과 구 회장은 지난달 아들과 딸의 혼사를 성사시키면서 사돈으로 맺어졌다.

한편 대성그룹은 지난 2002년 계열사인 대구도시가스를 통해 ‘바이넥스트캐피털’을 인수,CRC업계에 뛰어들었고 중견 화장품업체인 한국콜마 윤동한 사장도 ‘씨엔아이네트워크’를 운영중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2005-07-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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