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욱 대표 “꿈나무 전용극장 20년 꿈 이뤘어요”

정현욱 대표 “꿈나무 전용극장 20년 꿈 이뤘어요”

입력 2005-06-14 00:00
수정 200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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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계획은 ‘소박’했다.20년 역사를 눈앞에 둔 어린이극 전문극단으로서 전용극장 하나쯤은 있어야겠다는 생각. 그것만 해도 7억∼8억원이 드는 큰 사업이었다. 그런데 일단 극장에 한번 맘이 쏠리니 자꾸 욕심이 났다. 극장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면 좋겠고, 공연 기다릴 동안 아이들이 책을 읽을 장소도 필요할 것 같고, 또 이왕이면 맘껏 뛰어놀 놀이터까지 전부 한 공간에 두면 얼마나 좋을까.

국내 첫 어린이 복합문화 공간 마련

정현욱 사다리아트센터 대표
정현욱 사다리아트센터 대표 정현욱 사다리아트센터 대표
오는 17일 개관하는 서울 대학로의 사다리아트센터는 그렇게 해서 지어진 국내 첫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이다. 예정보다 공사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지난 4월 아쉬운 대로 먼저 완공된 1개 극장을 오픈해 반쪽짜리 공연장으로 운영해오다 이번에 전관 개관하게 됐다.4층 규모의 사다리아트센터에는 동그라미극장(200석)세모극장(220석)네모극장(270석)등 소극장 3개, 교육공간인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어린이도서관 등이 구비돼 있다. 이전 주차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앞 공터는 조만간 폐타이어를 깔고, 나무를 심어 놀이터로 꾸밀 계획이다.

극단 사다리 대표이자 사다리아트센터 총책임자인 정현욱(38)대표는 “계획보다 규모가 커지면서 예산이 60억원으로 불어나 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지만 오래 품어온 소망이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

순수 민간극장으로 운영하고 싶은 마음에 정부 지원이나 기업 후원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무래도 외부 자금이 들어오면 상업적인 작품 위주로 운영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금의 절반은 개인사업가로부터 투자받았고, 나머지는 은행대출 등으로 어렵게 마련했다.

정부 지원·기업 후원없이 60억원 투입

예산이 불어난 데는 극장 시설에 대한 그의 남다른 고집도 한몫했다. 국산보다 4∼5배 비싼 외제 조명기와 음향기기 등을 설치하고, 아이들 안전을 고려해 극장 로비에 카펫을 깔았다.“어린이극이라고 해서 대충 만들어도 된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반 공연보다 훨씬 더 세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좋은 공연을 체험해야 그 경험으로 어른이 돼서도 공연장을 찾게 될 테니까요.”

1988년 최영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연출가 유홍영·임도완씨 등 10여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극단 사다리는 그간 완성도 높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명실상부한 어린이극 전문극단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왔다. 관객 서비스도 남다르다. 공연장안에 도우미들을 여러명 배치해 각종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자체 회원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수시로 피드백을 받는다. 이같은 관객 서비스에 힘입어 현재 3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개관기념작 ‘알’등 새달 올려

1994년 극단에 합류해 2000년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는 그는 “공연 내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아이들의 솔직함이 좋다.”고 말했다. 좋은 어린이극이란 어떤 것일까.“공연을 보고 난 뒤 부모와 자녀간에 대화의 통로를 열어줘야 합니다. 이를 테면 선악의 개념을 직접 말해주는 연극이 아니라 상황을 던져주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도와주는 작품이지요.”

개관기념작으로 ‘하륵이야기’(7월14일까지, 동그라미극장),‘완희와 털복숭이 괴물’(7월14일까지, 세모극장)‘알’(7월1∼13일, 네모극장)등이 공연되고, 내달 중순에는 ‘2005서울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가 열릴 예정이다.(02)382-5477.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2005-06-1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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