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저격수’가 사라지고 있다. 개원 1년을 맞은 17대 국회에서의 큰 변화다.
16대까지만 해도 메가톤급 의혹 제기로 정국을 뒤흔들어 놓던 ‘관록의 저격수’들은 일찌감치 이미지 관리에 들어갔고, 초선의원들조차 궂은 일에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와 관련, 홍준표 의원은 지난해 총선 직전 의원총회에서 “들일을 하고 돌아와 보니 밥상에는 집안일 하던 사람들만 둘러앉아 있고, 우리에겐 수저도 주지 않더라. 어떤 의원의 아내가 자기 남편이 저격수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겠느냐.”며 기피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당은 청계천사업 진상규명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야당은 ‘행담도 게이트’의 진상조사단장을 못 정해 쩔쩔매고 있다.
●야,“각종 게이트 진상 규명할 저격수가 없다”
한나라당은 ‘오일 게이트’에 이어 ‘행담도 게이트’라는 호재를 만나고도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경찰 출신으로 한때 ‘저격수’ 반열에 올랐던 재선의 엄호성 의원에게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가 거부당한 데 이어 초선의 김태환 의원에게도 딱지를 맞았다.‘울며 겨자 먹기’ 격으로 당 제4정책조정위와 국회 건교위 소속 의원들을 내세워 조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여 주공을 맡았던 김문수·홍준표·이재오·정형근 의원은 3선 반열에 오름과 동시에 이미지 관리에 들어갔다.17대 들어 김·홍·이 의원은 당내 노선투쟁에 힘을 쏟아 왔다.
특히 홍 의원의 경우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 여권을 향해 ‘1300억원 괴자금’ 의혹을 제기했다가 증거로 제시한 CD(양도성예금증서)가 ‘가짜 CD’로 밝혀지면서 치명상을 입기도 했지만 이후 지속적 추적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내 최고의 정보통으로 불리는 정 의원도 최근 ‘호텔 묵주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이후 이미지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대여 공격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오일 게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내 소장·개혁파로 분류되는 권영세 전략기획위원장은 기존의 저격수들과는 달리 새로운 ‘팩트(확인된 사실)’ 위주로 이 사건에 대한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여,‘주공격수’ 일제히 침묵
열린우리당도 ‘손에 피’ 묻히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는 마찬가지. 특히 유전의혹과 행담도사건 등 잇따라 여권에 불리한 사건들이 터지자 더욱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그동안 대야 공격수를 자임했던 최재천 의원이 지난달 중순 당내 청계천비리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고사했다. 이에 일부에선 대야 공세의 선봉장으로 나서는 것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대법원으로부터 거짓 판결을 받은 김대업씨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것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그러나 최 의원측은 시간 부족이 이유라고 말했다.
올 초까지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맞수’로 불리던 김현미 의원의 ‘걸걸한 입심’은 종적을 감췄다. 대변인을 그만두고 지난 4월 전당대회에서 경기도당위원장으로 주 활동무대가 경기도로 옮겨진 게 큰 이유로 보인다.
개혁당 출신으로 대야공세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유시민 의원도 주춤해졌다. 전당대회 이후 대야 공격보다는 실용과 개혁이라는 당내 노선투쟁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전광삼 박준석기자 hisam@seoul.co.kr
16대까지만 해도 메가톤급 의혹 제기로 정국을 뒤흔들어 놓던 ‘관록의 저격수’들은 일찌감치 이미지 관리에 들어갔고, 초선의원들조차 궂은 일에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와 관련, 홍준표 의원은 지난해 총선 직전 의원총회에서 “들일을 하고 돌아와 보니 밥상에는 집안일 하던 사람들만 둘러앉아 있고, 우리에겐 수저도 주지 않더라. 어떤 의원의 아내가 자기 남편이 저격수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겠느냐.”며 기피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당은 청계천사업 진상규명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야당은 ‘행담도 게이트’의 진상조사단장을 못 정해 쩔쩔매고 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앞줄 왼쪽) 의장과 정세균(앞줄 오
열린우리당 문희상(앞줄 왼쪽) 의장과 정세균(앞줄 오른쪽) 원내대표 등이 1일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한나라당 박근혜(맨앞) 대표와 당 소속 의원들이 ‘노무현 정권 경제정책 중간평가 토론회’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야,“각종 게이트 진상 규명할 저격수가 없다”
한나라당은 ‘오일 게이트’에 이어 ‘행담도 게이트’라는 호재를 만나고도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경찰 출신으로 한때 ‘저격수’ 반열에 올랐던 재선의 엄호성 의원에게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가 거부당한 데 이어 초선의 김태환 의원에게도 딱지를 맞았다.‘울며 겨자 먹기’ 격으로 당 제4정책조정위와 국회 건교위 소속 의원들을 내세워 조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여 주공을 맡았던 김문수·홍준표·이재오·정형근 의원은 3선 반열에 오름과 동시에 이미지 관리에 들어갔다.17대 들어 김·홍·이 의원은 당내 노선투쟁에 힘을 쏟아 왔다.
특히 홍 의원의 경우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 여권을 향해 ‘1300억원 괴자금’ 의혹을 제기했다가 증거로 제시한 CD(양도성예금증서)가 ‘가짜 CD’로 밝혀지면서 치명상을 입기도 했지만 이후 지속적 추적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내 최고의 정보통으로 불리는 정 의원도 최근 ‘호텔 묵주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이후 이미지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대여 공격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오일 게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내 소장·개혁파로 분류되는 권영세 전략기획위원장은 기존의 저격수들과는 달리 새로운 ‘팩트(확인된 사실)’ 위주로 이 사건에 대한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여,‘주공격수’ 일제히 침묵
열린우리당도 ‘손에 피’ 묻히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는 마찬가지. 특히 유전의혹과 행담도사건 등 잇따라 여권에 불리한 사건들이 터지자 더욱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그동안 대야 공격수를 자임했던 최재천 의원이 지난달 중순 당내 청계천비리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고사했다. 이에 일부에선 대야 공세의 선봉장으로 나서는 것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대법원으로부터 거짓 판결을 받은 김대업씨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것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그러나 최 의원측은 시간 부족이 이유라고 말했다.
올 초까지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맞수’로 불리던 김현미 의원의 ‘걸걸한 입심’은 종적을 감췄다. 대변인을 그만두고 지난 4월 전당대회에서 경기도당위원장으로 주 활동무대가 경기도로 옮겨진 게 큰 이유로 보인다.
개혁당 출신으로 대야공세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유시민 의원도 주춤해졌다. 전당대회 이후 대야 공격보다는 실용과 개혁이라는 당내 노선투쟁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전광삼 박준석기자 hisam@seoul.co.kr
2005-06-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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