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담도, 동북아위만 책임질 일인가

[사설] 행담도, 동북아위만 책임질 일인가

입력 2005-05-30 00:00
수정 2005-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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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밝힌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김만수 대변인은 행담도 사업,S프로젝트, 서남해안 개발사업을 구분했다. 행담도 사업은 S프로젝트의 선도사업이나 국책사업으로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S프로젝트는 동북아위가 추진한 것으로 정부의 서남해안 개발사업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행담도 사업과 S프로젝트에 문제가 있더라도 동북아위의 책임이라는 뜻이 깔려 있었다.

앞서 문정인 전 위원장과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은 S프로젝트를 범정부 차원의 서남해안 개발사업과 동일시했다. 행담도 사업도 그 일환임을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싱가포르 정상회담과 올 1월 친서교환을 통해 서남해안 개발에 싱가포르 정부의 협력을 요청했다. 한·싱가포르 정상간 S프로젝트가 협의됐다고 대부분 인식하는 상황에서 이를 동북아위 차원이라고 미루는 것은 혼란스럽다. 싱가포르와 외교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번 파문의 책임을 동북아위에 모두 떠넘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감사원 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앞으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미리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다는 인상을 주어선 안 된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이 행담도 사업에 깊이 간여한 것을 보면 동북아위만이 이번 사태를 주도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행담도개발㈜ 김재복 사장은 싱가포르 정부와의 관계 및 개인 이력에 있어 일부 허위기재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 김 사장이 이만큼 사업을 벌이기까지 더 큰 배후가 존재할 개연성이 있으며, 철저히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야당은 “노 대통령이 어디까지 보고받고, 재가했으며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밝히라.”라고 요구했다.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성역이 있어선 안 된다.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여권 정책 시스템의 문제점을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참여정부에 약이 된다.
2005-05-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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