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달1일 개봉 ‘아무도 모른다’

새달1일 개봉 ‘아무도 모른다’

입력 2005-03-25 00:00
수정 2005-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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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무도 모른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대한 일차적인 관심은 주연 배우 야기라 유야에 쏠린다. 열 네 살의 나이에 그것도 데뷔작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니 ‘도대체 얼마나 잘하길래’라는 호기심이 먼저 발동하는 건 당연하다.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제 기간동안 수많은 영화들을 봤지만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건 아키라(극중 이름)의 표정뿐이었다.”고 했다지 않는가.

하지만 ‘신데렐라 보이’에 대한 관심이 영화 전반의 호감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스토리는 충격 그 자체지만 이를 담아내는 시선은 너무 담담해서 어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까지 느껴진다. 고통스럽지만 눈을 뗄 수 없는 매혹적인 경험은 마치 그림형제의 ‘잔혹 동화’를 연상케 한다.

도쿄의 작은 아파트에 아키라네 가족이 이사온다. 미혼모인 엄마(유)와 아버지가 각기 다른 네 명의 아이들. 아이들이 많다는 이유로 전에 살던 집에서 쫓겨난 엄마는 집주인에게 큰아들 아키라만 소개하고, 다른 아이들은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집안에서만 생활하도록 단속한다. 술 취해 늦게 들어오는 철없는 엄마와 온갖 집안 일을 다하는 아키라, 그리고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좁은 방안에서만 지내는 착한 아이들. 힘든 현실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의 소박한 행복은 엄마가 새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 영화가 결손 가정의 아이들을 다룬 여타 영화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여기서부터다. 엄마라는 존재없이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무심할 만큼 담담하다. 막내 여자아이조차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거나 떼를 쓰지 않는다.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편의점에서 남은 음식을 얻어오는 비참한 지경에까지 아이들을 밀어넣고서도 영화는 눈물을 짜내는 상투성을 악착같이 비껴간다. 그래서 관객 또한 울먹이는 아역 배우를 따라 눈물을 훌쩍이는 관습적인 경험 대신 숨이 멎을 듯한 지독한 슬픔에 그저 아파할 뿐이다.

야기라 유야의 연기는 격정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 않다.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 뿐이다. 다른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마찬가지.1년간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세밀한 표정들을 잡아낸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4월1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5-03-2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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