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의 DVD레서피] 탕수육 튀기듯 저우싱츠 톡톡

[박은영의 DVD레서피] 탕수육 튀기듯 저우싱츠 톡톡

입력 2005-03-03 00:00
수정 2005-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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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중국요리를 일컬어 ‘불의 음식’이라고 한다. 불의 강약과 시간조절에 따라 색, 향,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탕수육은 불을 많이 쓰는 중국요리 중에서도 단연 뜨겁다. 녹말을 입힌 생고기를 160도에서 한 번,170도에서 한 번 더 튀기고, 식초와 설탕을 넣고 조린 뜨거운 녹말 소스를 부어야 육즙을 고스란히 간직한 탕수육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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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싱츠(周星馳)의 영화들은 고등학교 졸업식 날 먹었던 탕수육만큼이나 친근하다.‘쿵푸 허슬’을 보며 탕수육을 떠올리는 건, 비단 ‘메이드 인 차이나’라서가 아니라 영화가 지닌 열정적인 에너지 때문이다.1980년대 누아르 시대를 거쳐 시종일관 코미디 한 장르로 살아남은 저우싱츠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뜨겁게 자신만의 코미디를 단련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자본으로 완성된 ‘쿵푸 허슬’은 한층 더 강력하고 황당한 팬터지를 보여준다. 휴머니즘은 깊어지고 유머는 한층 더 힘이 세졌다.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 여행기를 그린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는 중국집 주방장이 무쇠 솥에 기름을 넣고 끓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닮았다. 천식을 앓는 섬약한 청년 에르네스토 게바라의 아메리카 대륙 여행은 그가 ‘20세기 최후의 게릴라’이자 라틴 아메리카의 대표적 혁명가가 되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 여행에서 체 게바라가 깨닫는 것은 사상에의 도취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다.

쿵푸 허슬

‘소림축구’에 이어 실패자가 쿵후를 통해 초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저우싱츠 영화사상 가장 화려한 특수효과와 스케일이다. 이 DVD에는 부가영상이 전혀 없지만 소장가치는 그 어떤 블록버스터 타이틀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우선 DTS와 돌비 디지털 5.1채널을 지원하는 사운드는 액션 영화의 듣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그간의 홍콩영화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사운드 디자인이다. 배경음악 없이 현란한 타격음만으로도 귀가 즐겁다. 서부극을 기초로 만든 돼지촌의 풍경과 푸른 하늘, 도끼파의 아지트인 실내 장면 등 각 신마다 뛰어난 해상력을 보여준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혁명가 체 게바라의 여행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평화롭고 밋밋하다. 그러나 철부지 대학생이 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하면서 소외된 이들을 만나고 성장하는 로드무비로 봐도 담백한 감동이 있다.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핸드 헬드 기법으로 촬영한 화질은 디지털 영상처럼 말끔하지는 않다. 사운드 역시 평이한 수준이다.

그러나 부가영상으로 수록된 1시간 5분의 메이킹 필름과 감독 및 배우들의 인터뷰는 성실하게 구성되었다. 체 게바라의 족적을 좇으면서 맞닥뜨린 영화 제작진의 험난한 여정과 체 게베라와 함께 여행을 했던 알베르토 그라나도의 현재 모습도 만날 수 있다.
2005-03-0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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