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生 인터뷰] 5년만에 새음반 낸 ‘그 때 그 사람’ 심수봉씨

[生生 인터뷰] 5년만에 새음반 낸 ‘그 때 그 사람’ 심수봉씨

입력 2004-12-07 00:00
수정 2004-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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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돌봐주지 않아도 끊임없이 개척해서 제 스스로 퍼져가는 민들레. 가수 심수봉의 음악인생을 말하자면, 그의 노래 ‘무궁화’보다 차라리 민들레에 더 가깝다. 한때 가수보다는 역사를 바꾼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세상의 관심을 받았던 그. 세찬 비바람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을 향한 열정 때문이었다.

심수봉
심수봉 심수봉
“대중들 사랑이 나를 버티게 한 힘”

그러한 열정에 타고난 재능을 갈고 닦은 노력이 보태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그 때 그 사람’ ‘사랑밖에 난 몰라’ 등 세대와 연령을 초월해 사랑을 받았던 주옥같은 히트곡들이 빛을 발했다.5년만에 새 앨범을 들고 돌아온 심수봉은 오히려 대중에게 감사했다.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때 그 사람’을 불러 이름을 알린 그는 ‘10·26’이란 역사적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가수 활동을 전면 봉쇄당한 것은 물론 사생활도 불운했다.

“활동을 안 하다시피 했는데 숨 쉬듯 내놓은 노래들을 대중들이 다 흡수하고 사랑해주시니…, 그만한 인정이 어디있겠어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자살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겠지요.” 세월이 약이라지만 쓰라린 과거를 되새기는 건 맘이 편치 못한 일. 내내 꼿꼿했던 그녀는,“아이들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그만 고개를 떨구었다.

뉴욕서 1년반… 음악적 양분 충전

미국 뉴욕에서 1년 반동안 생활했다는 그는 음악적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가요계에서 어떠한 흥미도, 자극도 찾지 못해 창작 의욕이 다 말라버린” 상태에서 찾은 뉴욕은 방전된 에너지를 다시 충전시켜준 곳이다.

“음악이 모여 있는 곳으로 떠나자고 생각했죠. 뉴욕은 (음악의)대가들이 발에 걸리는 곳이잖아요. 재즈 개인 레슨을 받았어요. 클럽에서 재즈 공연도 보고 뮤지컬도 보고 하루가 부족했죠.” 재즈에 단단히 매료된 그는 앞으로 도전해 볼 만한 최고의 음악으로 재즈를 꼽았다. 노래보다는 피아노 연주를 하고 싶다는 그는 신곡 ‘남자의 나라’에서 국악과 재즈의 접목을 시도했다.

신세대 작곡가와 손잡고 기존곡 리메이크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편곡. 기존 노래들을 리메이크하기 위해 신세대 작곡가 박근태와 손잡았다.‘백만송이 장미’ ‘사랑밖에 난 몰라’와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정미조의 ‘개여울’ 등 기존 가요뿐 아니라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까지 새로운 감각을 실은 노래들은 애절한 그의 음색을 타고 호소력 짙게 살아났다.

“앨범 발표로 원기를 회복했다.”는 그는 원없이 방송활동을 펼칠 작정이다.“그동안 제대로 못해봤으니 무진장 할거예요.” 녹음작업이 새벽 3시에 끝났지만 오전 8시 예정된 방송 녹화에 대한 부담감으로 단 5분도 눈을 붙이지 못해 피곤하다면서도 표정만은 행복했다. 연말연시엔 더 눈코 뜰새 없다.

28·29일 성대서 단독공연

28·29일 이틀간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단독 공연을 펼친 뒤 내년 1월 초 지방 투어에 들어간다. 다음 일정은 일본 공략에 나서는 것. 최근 소니사와 계약을 맺은 그는 음반도 발표하고 소극장을 중심으로 공연도 펼칠 계획이다.

봉 끝에 매달린 듯 위태로웠던 그는 이제 더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인생과 명성의 덧없음을 절감한 그는 오로지 “음악적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2004-12-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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