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주 감독 ‘발레교습소’

변영주 감독 ‘발레교습소’

입력 2004-11-19 00:00
업데이트 2004-11-1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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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한국판 ‘빌리 엘리어트’ 같은 발레 영화로 오해하는 관객들을 위해 한 말씀. 발레가 나오긴 나온다. 하지만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백조로 분한 성인 빌리역의 아담 쿠퍼가 보여준 환상적인 도약을 기대하지는 마시라.

‘밀애’의 변영주 감독이 내놓은 두번째 상업 장편영화 ‘발레교습소’(제작 좋은영화·12월3일 개봉)는 발레가 아니라 발레교습소라는 공간에 모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도 전문 무용수를 길러내는 발레아카데미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취미 생활을 위해 구민회관에서 운영하는 발레교습소이니 수강생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이 갈 법하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은 열아홉과 스무살의 경계에 있는 민재(윤계상)와 수진(김민정). 비행기 기장인 아버지 몰래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에 얽혀 발레강사(도지원)에게 약점을 잡힌 민재는 울며겨자먹기로 발레교습소에 등록한다. 수진은 중성적인 이미지를 바꿔보라는 어머니의 강권에 못이겨 발레를 배우기로 한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먼 발치에서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던 두사람은 이렇듯 발레교습소라는 생뚱맞은 공간에서 풋풋한 사랑을 시작한다.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뭘 해야 좋을지도 모르는 민재. 남들앞에선 자신만만하지만 속으론 세상이 두려운 수진. 그리고 백댄서를 꿈꾸는 창섭(온주완)과 만사태평한 동완(이준기)까지 영화는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고통스러운 성장기에 방점을 찍는다. 복수 주인공 영화의 특성상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별 연관성없이 얽히는 대목이 많아 지루한 감이 드는 것은 단점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은 어른의 시선이 아니라 그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감독의 진정성 때문이다. 드라마에선 밋밋해 보였던 윤계상의 연기가 스크린에선 오히려 자연스러움이라는 미덕으로 변화한 점이 눈에 띈다. 영화 후반부, 발레 수강생들이 구민 문화제에서 펼치는 공연 장면은 ‘빌리 엘리어트’만큼 멋지지는 않아도 감동적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4-11-19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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