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추리소설 3選 지적호기심과 재미 한꺼번에

기발한 추리소설 3選 지적호기심과 재미 한꺼번에

입력 2004-06-25 00:00
수정 2004-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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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도 달라야 산다?’

최근 소재나 상상력 등에서 독특하고 기발한 추리소설이 잇따라 선보여 눈길을 끈다.이 작품들은 그냥 배배 꼬인 이야기나 사건을 추적하는 게 아니라 100년전 죽은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칼 마르크스,불후의 명작 ‘신곡’을 남긴 단테,가톨릭의 교파 등에 현대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새롭게 해석해 되살려 낸다.흥미진진한 사건 전개의 틀 속에 그들의 사상과 작품 등 인문학적 교양을 보태는 이들 작품은 앞으로 소설이 나아갈 길의 한 갈래를 예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칼 마르크스의 일기,단테의 '신곡',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에 얽힌 비밀 등 사실과 허구를 접목시켜 교양과 흥미를 담은 새 추리소설이 잇따라 번역 출간되면서 눈길을 끈다.사진은 소설 '단테클럽'의 두번째 살인사건이 흉내낸 '신곡' 지옥편의 형벌도.
 황금가지 제공
칼 마르크스의 일기,단테의 '신곡',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에 얽힌 비밀 등 사실과 허구를 접목시켜 교양과 흥미를 담은 새 추리소설이 잇따라 번역 출간되면서 눈길을 끈다.사진은 소설 '단테클럽'의 두번째 살인사건이 흉내낸 '신곡' 지옥편의 형벌도.
황금가지 제공
이 가운데 ‘자본론 범죄’(생각의나무 펴냄)는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저자인 칼 마르크스는 자신과 동명인 사상가 마르크스의 삶을 소설의 모티프로 삼는다.마르크스의 삶을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추적하는 게 아니라,그가 현대에 노숙자로 살아 있다는 가정아래 자본주의의 폐단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작품은 출판사 편집자인 칼 마르크스가 우연히 이탈리아에서 걸인이 떨어뜨린 일기장을 주우면서 시작한다.일기장을 찬찬히 읽던 주인공은 이것이 100년전 사망한 마르크스가 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출판사에 보내며,이 일기를 둘러싸고 의문의 살인사건이 이어지면서 흥미를 더해간다.

특히 사건 중간중간에 마르크스의 일기를 병행하는 액자식 구조의 소설은 일기를 둘러싼 사건과,노숙자로 ‘부활한 마르크스’가 보는 자본주의의 맹점이며 현대의 문제점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게 한다.쓰레기통을 복권에 비유한 두번째 일기인 ‘부랑자 복권 추첨기’는 자본주의를 꼬집는 기지가 돋보인다.

마르크스의 일기도 실제 사실에 저자 특유의 상상력을 가미해 소설의 묘미를 더해준다.자본주의를 타파하자는 고귀한 이상을 강조했지만 현실에서는 하녀를 범해 아이를 낳거나 엥겔스에게 기생하는 추악한 면을 보였다고 상상하는 장면 등이 그 예다.

‘단테 클럽’(황금가지 펴냄)도 추리소설의 외연을 한껏 넓힌 작품.지난해 출간돼 미국 역사추리소설의 붐을 일으켰다.

‘단테클럽’은 미국 문학사의 황금기인 1865년 미국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등이 의기투합해 단테의 ‘신곡’을 번역,소개하기 위해 만든 모임.소설은 이 모임이 실제 겪은 일에다 작가적 상상력의 옷을 입혀 흥미롭게 펼쳐진다.남북전쟁이 끝난 뒤 혼돈에 싸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단테클럽’이 들여올 유럽문학의 자유주의를 경계하는 미국 문단의 보수주의자들과 신교도 측이 조직적으로 꾸미는 방해 공작과 음모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다른 한편 ‘돈이면 능사’라는 신념을 가진 사업가가 온 몸이 찢긴채 갈고리에 매달리는 등 ‘신곡’ 지옥편의 형벌을 흉내낸 엽기적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궁금증을 더해간다.연쇄사건 등 허구의 세계에다 신·구교간의 갈등,이주 노동자들과 시민들과의 다툼 등 당시의 시대상황을 촘촘히 재현해 소설 읽는 맛을 더해준다.

‘다 빈치 코드’(베텔스만 펴냄)는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에 제격인 장편.지난해 미국에서 700여만부가 팔린 화제작으로 루브르 박물관장 소니에르의 피살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수수께끼 풀듯 풀어진다.

다 빈치의 스케치인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처럼 원을 그린 뒤 벌거벗고 팔과 다리를 날개처럼 활짝 펴고 죽은 할아버지 소니에르의 시신과 그가 남긴 암호 같은 글을 본 손녀인 프랑스 사법경찰 암호 해독요원 소피 느뵈.그녀가 살해범으로 몰린 하버드 대학 종교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과 함께 한꺼풀씩 의혹을 풀어간다.‘모나리자’‘최후의 만찬’‘암굴의 성모’에 숨겨진 암호를 풀면서 주인공들은 1099년 결성된 비밀단체 시온 수도회에 얽힌 비밀과 함께 할아버지가 보티첼리,빅토르 위고,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의 뒤를 잇는 시온 수도회 수장이었음을 밝혀낸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사실과 허구,역사와 현재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지적 호기심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는 점이다.전문성이 강화된 추리 소설이 인문학적 교양의 바다로 나아가면서 본격 소설과 만날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장은수 편집부장은 이들 소설에 대해 “이야기 자체의 재미에 충실하던 추리소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수준높은 교양을 함께 전달한다.”며 “특정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에 이른 저자들이 기존 정보검색으로는 검색할 수 없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교양소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2004-06-2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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