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와 연세대 82학번들의 ‘특별한 만남’

마광수 교수와 연세대 82학번들의 ‘특별한 만남’

입력 2004-05-25 00:00
수정 2004-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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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가운데)교수가 지난 21일 서울 용산의 한 호프집에서 20년만에 제자들과 만나 꽃다발을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행사주최측 제공
마광수(가운데)교수가 지난 21일 서울 용산의 한 호프집에서 20년만에 제자들과 만나 꽃다발을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행사주최측 제공
“너무 기쁩니다.오랜만에 생동감 있는 자리가 됐습니다.그때나 지금이나 제자들이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마광수(53)연세대 교수가 최근 20년만에 ‘즐거운 사라’들을 만나 대학사회에서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지난 21일 저녁,서울 용산의 국제빌딩 지하 호프집.마 교수가 지난 83년 연세대에 첫 부임해 가르친 제자 30여명(국문학과 82학번)이 이날 모여 ‘스승의 날’행사를 가졌다.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아주 특별한 만남’이었다.

참석한 제자들은 대학교수·사장·영화감독·가정주부 등 각자 선 자리는 달랐지만 이날만큼은 ‘한마음 한뜻’이었다.제자들은 서로 맥주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느라 바빴다.이들 틈에 파묻힌 마 교수는 연방 싱글벙글했다.지난해 9월 대학강단에 복귀한 마 교수는 “법적 논란이 야기될 작품은 쓰지 않겠다.”며 다소 의기소침한 상태였기에 이날의 만남은 ‘보약 같은 시간’이었다.

잠시 후 이 모임의 간사인 김슬옹(또물또 통합교육연구회 회장)씨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스승의 날에 모이려 했으나 시간을 조정하느라 며칠 늦었다.”면서 “교수님은 우리에게 삶의 영감과 창조적 지혜를 심어주신 스승님이자 ‘즐거운 사라’의 창조주이시다.”라고 했다.그러자 ‘와’하며 박수가 터져나왔다.이어 꽃다발 증정식.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다들 ‘스승의 은혜는 한이 없어라∼’를 목청껏 합창했다.스스로도 감격에 겨웠는지 일부는 눈가를 훔쳤다.

이 모임에서 이색적인 광경은 당시 과제물(희곡 보고서)을 돌려주는 행사였다.마 교수는 제자들에게 ‘야한 문학작품 써오기’를 단골 과제로 냈다.이 보고서를 20년만에 ‘원저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보고서는 원래 마 교수가 김슬옹 씨를 통해 돌려주려고 했으나 김씨가 미처 돌려주지 못해 보관해 왔다.보고서 겉장에는 점수가 매겨져 있었다.김○○ A, 강○○ A,이○○ A+, 김슬옹 A++,호명된 사람은 일어서서 원고를 받았고 그때마다 다들 크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성적에 관계없이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너무 즐거운 듯했다.

한 제자는 “교수님 강의는 저뿐 아니라 다른 동기들에게도 생각이 많이 트이게 해주는 파격적인 강의였다.”면서 “앞으로는 선생님을 위로해 드리고 감사하는 자리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취기가 약간 오른 마 교수는 “최근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아 좀 마셨다.”면서 “갑작스러운 일이라 어리둥절하지만 고맙고 기쁜 일 아니냐.”라며 활짝 웃었다.20년만의 ‘특별한 만남’은 자정을 훌쩍 넘겨서야 끝났다.

김문기자 km@seoul.co.kr˝
2004-05-2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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