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개혁 지금이 적기”

청와대 “경제개혁 지금이 적기”

입력 2004-05-20 00:00
수정 2004-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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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이 어려울 때 몸무게를 줄일 수 있는 것이지,살림살이가 펴지면 몸무게 줄이기가 더 어려워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청와대 등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구조개혁론이다.경제가 어려울수록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하고,구조개혁에는 시기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또 미루면 과거잘못 되풀이”

청와대에서 구조개혁론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과 조윤제 경제보좌관이 제기한다.이 위원장은 19일 청와대 브리핑에 소개된 글을 통해 “경제가 어려워 개혁을 미룬다면 경제가 좋아져도 개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지금 경기가 나쁘다고 행여나 구조개혁을 뒤로 돌리면 과거 정권들이 범했던 우를 되풀이할까 걱정”이라고 구조개혁을 강조했다.그는 “개혁은 결국 경제체질을 개선하자는 것”이라면서 “머지않아 경기가 풀리고 봄이 올 것이니,조금만 참아주기를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고 인내와 동참을 당부했다.특히 재벌개혁뿐 아니라 불안한 금융시장과 노사관계에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개혁론자들은 주장해 왔다.이 위원장은 “몇몇 언론에서 누구는 성장주의자,누구는 분배주의자로 규정하고 흡사 싸움을 붙이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개혁과 보수의 편가르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나아가 “참여정부가 개혁·성장·분배 중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는 시각은 편협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윤제 보좌관은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금융위기 이후 한국이 견뎌왔던 도전들이 한국과 한국의 기업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왔다.”면서 “개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는 “기업 구조조정은 하나의 계속되는 과정이고,앞으로도 구조조정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노 대통령이 최근 시장개혁의 구체적인 추진일정에 재계 의견도 수렴하라고 지시한 것의 무게중심은 속도조절이 아니라 시장개혁에 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설명했다.

외환위기 직후 금융감독위원장을 맡아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주도해 ‘미스터 구조조정’으로 불렸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8일 “금융시장 안정과 시장 체제의 선진화를 위해 신용카드 구조조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투신과 은행 부문 구조조정도 가능한 한 빨리 추진,금융부문의 위기 징후를 조기에 인식해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시장경제 활성화가 더 시급”

“환자가 다 죽어가는 마당에 체력을 회복한 다음에 수술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청와대의 구조개혁론에 일부 학자들과 재계·경제관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는 “고유가·중국쇼크 등으로 대외여건이 너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경제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지금이 구조조정을 급선무로 꼽을 시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개혁론자들은 “참여정부가 지난 1년여 동안 구조개혁을 한 게 뭐냐.”고 반문한다.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재계가 ‘지금은 구조조정의 시기가 아니다.’고 미뤄서 얻은 게 뭐 있느냐.”고 말했다.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편성 하나마나

이 위원장은 “지금 일각에서 추경 편성 논의가 나오고 있으나,과연 그런 시기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경제연구기관들이 하반기의 경제회복을 예측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긴 겨울이 지나가려는데 난로를 구입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경기가 본격 회복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추경은 불씨에 기름을 끼얹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은 “재정 조기집행으로 상반기에 재정의 55%를 집행하면 하반기에는 45%만 집행하게 돼 하반기에 재정긴축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6월중 신중하게 짚어볼 방침임을 밝혔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2004-05-20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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