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용회복지원제 성과와 과제/임주재 금융감독원 신용감독국장

[기고] 신용회복지원제 성과와 과제/임주재 금융감독원 신용감독국장

입력 2004-03-27 00:00
수정 200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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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2년 9월부터 빚 갚을 의지와 능력이 있는 신용불량자의 재기를 돕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출범시켜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이 제도의 취지는 채권자(금융회사)와 채무자(신용불량자)가 자율적으로 채권·채무액을 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금융회사는 상환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한정된 소득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준다.채무자는 이를 통해 신용불량의 짐을 벗고 정상적인 사회·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즉 개인워크아웃은 금융회사와 채무자가 함께 이익을 볼 수 있는 ‘윈-윈 전략’인 셈이다.

지난해 말 현재 신용회복지원 협약에는 저축은행 103개,은행 19개,할부금융 17개 등 총 188개 금융회사가 가입해 있다.신용불량자가 개인워크아웃을 적용받으려면 2개 이상의 협약가입 금융회사에 대출금,신용카드대금,할부금융채권 등을 합한 금액이 3억원 이하여야 한다.신용회복위원회는 신청의 적격성을 면밀히 심사한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상환기간 연장,분할상환,이자율 조정,채무감면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올 2월까지 약 30만명의 신용불량자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상담을 받았고 이 가운데 8만명 정도가 지원신청을 했다.상담 과정에서 지원가능 여부가 거의 확인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신청이 실제 지원으로 이어진다.올해에는 15만명 정도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신용불량의 유형이 다양해 개인워크아웃 제도만으로 신용불량자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신용불량자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첫째는 자금여력이 있는데도 채무변제를 회피하거나 채무변제에 무관심한 사람들이다.둘째는 금융기관의 도움이 있으면 채무변제가 가능한 사람들,셋째는 생계형 신용불량자로 채무변제가 어려운 사람들이다.유형별로 다른 신용회복의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신용사회에서 빚은 갚는 게 원칙이다.첫번째 유형의 신용불량자는 채권자인 각 금융회사에서 최선을 다해 채권을 회수해야 한다.개인워크아웃은 두번째 유형의 사람들을 위한 제도다.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신용회복지원제도 역시 두번째 유형을 위한 것이다.금융회사의 자체 신용회복 지원제도는 지원 대상자에 신용불량자뿐 아니라 일반 연체자도 포함하고 있다.결국 거래하는 금융기관의 수가 적고 채무액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해당 금융회사와 직접 채무변제 계획 등을 상담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가장 쉽고 빠른 길이다.

세번째 유형의 신용불량자를 지원하는 제도는 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된 ‘개인채무자회생법’이다.아직 시행령과 대법원 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하지만 이 제도의 지원 대상은 채무상환 능력이 절대적으로 떨어지는 생계형 신용불량자 등에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개인 채무자회생법에 의한 신용불량자 구제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기 때문이다.이를 위해 두번째 유형의 신용불량자들이 다짜고짜 개인채무자 회생을 찾기 전에 금융회사나 신용회복위원회를 먼저 거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전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금융회사는 신용불량자 제도를 채권회수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연체자의 자산규모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가급적 그 사람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지 않게 해야 한다.연체자가 모든 조치를 취했는데도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에만 신용불량자로 올리는 게 타당하다.

미국의 경우 40여개의 경제교육기관들이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금융경제 교육을 하고 있다.영국은 1999년 5월 ‘금융소비자 교육에 관한 지침’을 제정,통합 금융감독원(FSA)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다.외국처럼 금융관련 교육의 기회를 확대해 소비자가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기 신용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임주재 금융감독원 신용감독국장˝
2004-03-27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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