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기의 스크린1인치] 모나리자 스마일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 모나리자 스마일

입력 2004-03-05 00:00
수정 2004-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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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년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피렌체에 거주하고 있는 부호(富豪) 프란체스코 델 조콘다에게 환심을 얻기 위해 그의 부인 엘리자베타의 초상화를 그렸다.저 유명한 ‘모나리자’다.미술 전문 용어로는 ‘패널화(畵)’로 규정되고 있는 이 명화에 담긴 미소는 흔히 ‘모성애를 자극하는 온화한 눈웃음’의 대명사로 각인돼 있다.

남성에게 귀속된 삶을 거부하고 결혼 무용론을 설파하는 페미니스트 성향 여교수의 행적을 담고 있는 '모나리자 스마일'.
남성에게 귀속된 삶을 거부하고 결혼 무용론을 설파하는 페미니스트 성향 여교수의 행적을 담고 있는 '모나리자 스마일'.
그런데 이 미소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여성들이 남성에게 느끼고 있는 지극히 불안한 감정을 삼키고 있는 음울한 제스처라고 한다면…? 이같은 ‘발칙한 상상력’을 담고 있는 신작이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모나리자 스마일’이다.

1953년 고풍스러운 중세 건물로 장식된 뉴잉글랜드.자유분방한 캘리포니아 처녀답게 ‘결혼은 여성의 굴레’라는 보헤미안 기질을 갖고 있는 미술사 담당 교수 왓슨(줄리아 로버츠)이 명문 웨슬리 칼리지로 부임한다.낯선 이방인에게 지극히 배타적인 학풍(學風) 때문에 수업 첫날부터 곤욕을 치르는 왓슨.하지만 그녀의 페미니스트 시각은 백인 중산층 남자를 만나 아들·딸 낳고 사는 것을 인생의 최대 행복으로 여기고 있던 보수적인 여학생들의 가치관을 뒤흔들어 놓고 결국 남성들의 울타리에 편입되는 것을 거부하는 생각을 품게 한다.

1950년 4월 발표돼 빅히트를 기록한 팝송이 냇 킹 콜의 ‘모나리자’.‘당신은 신비로운 미소를 떠올리는 숙녀를 닮았어요.그 미소는 사랑의 유혹인가요.아니면 상처 받은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인가요?’라는 노랫말을 담고 있다.

극중 결혼식 축하곡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이 노래는 이제 ‘남자들 때문에 여성들이 흘리는 상처의 노래’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2003년 10월 미국에서 출간돼 여성계 뉴스를 제공한 신간인 언론인 출신 레이철 사피어의 ‘저기 신부가 간다(There Goes The Bride)’.미국의 경우 해마다 결혼을 눈앞에 둔 미혼 여성중 5만명이 파혼을 선언한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이 서적은 ‘결혼 예물을 반환하는 법’ 등 합리적인 파혼 절차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여성들이 ‘꿀맛을 보기 직전’에 결혼을 포기하는 주요 이유는 ‘이 남자가 정말 내가 원하던 이상형인가?’와 ‘결혼은 나(여성)의 후반 인생을 행복하게 보장해 줄 수 있는가?’를 놓고 끊임없이 갈등하다 결국 도망가는 신부를 택한다고 분석했다.이런 여성의 심리를 반영하듯 게리 마셜 감독은 ‘런어웨이 브라이드’(1999)에서 결혼식장에만 들어서면 신랑을 내팽개치고 도망치는 여성의 행동을 묘사해 또래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난 당신의 신부가 되면서 생의 의미를 찾게 됐어요.’라는 패티 페이지의 팝송은 이제 구석기 시대 박제된 유물에서나 찾아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 미혼 남성들은 배반하지 않을 반려자를 찾기 위해 로미오처럼 심야의 세레나데를 절규할 때라고 단정한다면 이것도 기혼 남성의 편협한 자만일까?

영화 칼럼니스트
2004-03-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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