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이 지난 10일 이슬람 여성들의 머리수건 등 종교적 상징물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한데 이어 다음달 2일 상원에서도 이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돼 프랑스에서 이슬람 머리수건 등 종교적 상징물의 교내 착용을 금지하는 법 제정은 기정사실화됐다.
이에 대해 이슬람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머리수건 논쟁은 프랑스 국경을 넘어 문명 충돌 경향까지 띠면서 유럽 전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정부가 공화국 정신을 바탕으로 한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제정하려는 이 법에 대해 이슬람 사회에서는 이슬람 혐오증의 표출이며,명백한 종교 및 인권 탄압이라며 연일 격렬한 시위에 나서고 있다.이런 가운데 벨기에와 독일에서도 일부 보수파 정치인들이 이와 유사한 법을 제안했다. 다른 한편으로 머리수건 문제는 성차별 논쟁으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이다.
●모호한 기준,되풀이되는 논쟁
프랑스는 ‘비종교성(세속주의)’의 원칙에 따라 지난 1904년 2500개의 종교 교육기관을 폐교한데 이어 1905년 법을 제정,학교나 기타 공공기관에서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왔다.학교를 종교로부터 자유롭고,중립적인 장소로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이 법은 그러나 종교 상징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이슬람교 여학생들의 머리 수건 착용이 문제가 될 때마다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머리수건을 착용한 터키 여학생 4명이 퇴학처분됐던 1994년 이후 머리수건과 관련해 100여건의 퇴학조치가 취해졌지만 절반 이상이 법원에 의해 취소됐다.
●국민 70%가 지지
지금까지 문제를 애써 무마하는데 급급해 왔던 프랑스 정부가 국내 외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법 제정을 강행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가장 큰 이유는 예방차원에서다.프랑스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전쟁,9·11 테러,이라크 전쟁 등으로 인종 및 종교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가 종교 갈등의 무대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학교를 종교로부터 중립적인 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보수적 성향이 강한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고 있다.프랑스 국민의 70%는 법 제정에 공감하고 있다.
법 제정이 이슬람교도 등 이민족의 프랑스 동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프랑스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는 약 500만명에 이른다.이들 중 4분의 3은 1970∼80년대 모로코 튀지니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이민한 사람들과 그들의 2·3세들이다.대부분 대도시 외곽의 이민자 집단 거주지에서 살며 그들만의 종교과 언어,문화를 고집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총선,대선 등 정치적인 일정을 앞두고 우파 정부가 극우파와 잠재적인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부정적인 효과 우려
이에 대해 프랑스 국내외의 이슬람 사회와 인권단체,기독교계,지식인 층에서는 “이 법이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으며,종교·인종 갈등을 심화시킨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프랑스 이슬람교평의회(CFCM)와 프랑스 이슬람단체연합(UOIF),전국이슬람여성연대(LNFM) 등 이슬람교 관련 단체들은 “머리 수건 착용은 이슬람교의 가르침이며 착용 금지는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사회학자 에드가 모렝은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계란을 깨기 위해 도끼를 휘두르고 있는 격으로 머리수건 문제가 과장돼 있다.”며 “법으로 머리수건 착용을 금지하기보다는 이슬람 사회가 프랑스 주류사회에 동화되도록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란출신 작가 겸 저널리스트인 아미르 타헤리는 “2002년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에 180만명의 이슬람 여학생이 있으며,이들 중 머리수건을 쓰고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은 2000명에 불과하다.”면서 “머리수건 착용을 금지하는 법은 이슬람 공동체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치유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 “여성 존엄성 위해 금지 마땅”
여성단체에서는 이슬람 여성들의 머리 수건 착용이 남녀 평등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엘리자베드 바당테르는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교 여성들의 머리수건은 남성에 대한 여성의 복종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이를 묵과하는 것은 성평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창녀도,하녀도 아닌’이라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파델라 아마라는 “머리수건은 “여성을 압박하기 위한 도구”라고 말했다.
●새로운 논란의 시작
유럽 인근 국가의 보수주의 성향 정치인들은 프랑스 정부의 이번 법 제정에 고무돼 비슷한 법을 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벨기에의 알랭 데스텍스 상원의원은 “다원적 문화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적 갈등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것을 예방해야 하며,이슬람교인들이 사회에 통합되고 동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며 법안을 제안할 것임을 시사했다.독일 서부 헤센주의 다수당인 기독교민주당은 이슬람 관리들의 머리수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스위스의 제네바대학과 프라이부르그대학의 이슬람연구 및 철학교수인 타리크 라마단은 “유럽사회는 이슬람 교세의 확장으로 정체성이 와해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며,이러한 두려움은 이슬람 혐오증으로 표출되고 있다.”며 “프랑스의 법 제정은 논쟁의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논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lotus@˝
이에 대해 이슬람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머리수건 논쟁은 프랑스 국경을 넘어 문명 충돌 경향까지 띠면서 유럽 전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정부가 공화국 정신을 바탕으로 한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제정하려는 이 법에 대해 이슬람 사회에서는 이슬람 혐오증의 표출이며,명백한 종교 및 인권 탄압이라며 연일 격렬한 시위에 나서고 있다.이런 가운데 벨기에와 독일에서도 일부 보수파 정치인들이 이와 유사한 법을 제안했다. 다른 한편으로 머리수건 문제는 성차별 논쟁으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이다.
●모호한 기준,되풀이되는 논쟁
프랑스는 ‘비종교성(세속주의)’의 원칙에 따라 지난 1904년 2500개의 종교 교육기관을 폐교한데 이어 1905년 법을 제정,학교나 기타 공공기관에서 종교적 상징물 착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왔다.학교를 종교로부터 자유롭고,중립적인 장소로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이 법은 그러나 종교 상징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이슬람교 여학생들의 머리 수건 착용이 문제가 될 때마다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머리수건을 착용한 터키 여학생 4명이 퇴학처분됐던 1994년 이후 머리수건과 관련해 100여건의 퇴학조치가 취해졌지만 절반 이상이 법원에 의해 취소됐다.
●국민 70%가 지지
지금까지 문제를 애써 무마하는데 급급해 왔던 프랑스 정부가 국내 외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법 제정을 강행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가장 큰 이유는 예방차원에서다.프랑스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전쟁,9·11 테러,이라크 전쟁 등으로 인종 및 종교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가 종교 갈등의 무대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학교를 종교로부터 중립적인 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보수적 성향이 강한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고 있다.프랑스 국민의 70%는 법 제정에 공감하고 있다.
법 제정이 이슬람교도 등 이민족의 프랑스 동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프랑스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는 약 500만명에 이른다.이들 중 4분의 3은 1970∼80년대 모로코 튀지니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이민한 사람들과 그들의 2·3세들이다.대부분 대도시 외곽의 이민자 집단 거주지에서 살며 그들만의 종교과 언어,문화를 고집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총선,대선 등 정치적인 일정을 앞두고 우파 정부가 극우파와 잠재적인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부정적인 효과 우려
이에 대해 프랑스 국내외의 이슬람 사회와 인권단체,기독교계,지식인 층에서는 “이 법이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으며,종교·인종 갈등을 심화시킨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프랑스 이슬람교평의회(CFCM)와 프랑스 이슬람단체연합(UOIF),전국이슬람여성연대(LNFM) 등 이슬람교 관련 단체들은 “머리 수건 착용은 이슬람교의 가르침이며 착용 금지는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사회학자 에드가 모렝은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계란을 깨기 위해 도끼를 휘두르고 있는 격으로 머리수건 문제가 과장돼 있다.”며 “법으로 머리수건 착용을 금지하기보다는 이슬람 사회가 프랑스 주류사회에 동화되도록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란출신 작가 겸 저널리스트인 아미르 타헤리는 “2002년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에 180만명의 이슬람 여학생이 있으며,이들 중 머리수건을 쓰고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은 2000명에 불과하다.”면서 “머리수건 착용을 금지하는 법은 이슬람 공동체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치유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 “여성 존엄성 위해 금지 마땅”
여성단체에서는 이슬람 여성들의 머리 수건 착용이 남녀 평등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엘리자베드 바당테르는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교 여성들의 머리수건은 남성에 대한 여성의 복종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이를 묵과하는 것은 성평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창녀도,하녀도 아닌’이라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파델라 아마라는 “머리수건은 “여성을 압박하기 위한 도구”라고 말했다.
●새로운 논란의 시작
유럽 인근 국가의 보수주의 성향 정치인들은 프랑스 정부의 이번 법 제정에 고무돼 비슷한 법을 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벨기에의 알랭 데스텍스 상원의원은 “다원적 문화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적 갈등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것을 예방해야 하며,이슬람교인들이 사회에 통합되고 동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며 법안을 제안할 것임을 시사했다.독일 서부 헤센주의 다수당인 기독교민주당은 이슬람 관리들의 머리수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스위스의 제네바대학과 프라이부르그대학의 이슬람연구 및 철학교수인 타리크 라마단은 “유럽사회는 이슬람 교세의 확장으로 정체성이 와해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며,이러한 두려움은 이슬람 혐오증으로 표출되고 있다.”며 “프랑스의 법 제정은 논쟁의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논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lotus@˝
2004-02-14 4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