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이 되면 서울 종묘에선 조선조 역대 임금의 신위를 모시고 제례를 올렸던 종묘대제가 재현된다.
이 종묘대제에서 쓰이는 제주(祭酒)가 바로 충남 논산의 ‘가야곡 왕주’다.‘가야곡’은 논산시 가야곡면에서 따왔고,‘왕주’는 왕실에서 마시던 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술도가의 안주인 남상란(57)씨를 가야곡면 육곡리 가야곡왕주 전시장에서 마주했다.명인 제13호로 지정돼 있는 남씨는 외할머니,친정어머니에 이어 왕주를 빚어왔다.
“외할머니(민재득)는 명성황후(민비) 친정인 민씨 집안 분이셨어요.당시 민씨 집안에선 대대로 빚어 마시던 곡주에다 조선 중엽 성행했던 약주를 접목시켜 술을 빚어서 왕실에 진상했다고 해요.그 비법을 친정어머니(도화희)가 이어받아 제게 물려주셨지요.”
지금 ‘가야곡왕주’는 술 이름인 동시에 사업체 상호이다.원래 남씨 시댁은 60년대부터 동동주,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반야주조장)을 운영해온 술도가집.한때 ‘가야곡 동동주’‘뻑뻑주’로 충남 일대에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으나,90년대 들어 토속주가 외면당하면서 사업이 위기에 몰렸다.
이때 남씨는 남편(이용훈·57)에게 친정의 가양주를 빚어볼 것을 권유해 91년 ‘가야곡왕주’란 이름으로 빛을 보게 됐다.술이 기대 이상의 호평을 얻고,97년엔 종묘대제의 제주로 쓰이게 되자 부부가 상의해 아예 상호를 가야곡왕주㈜로 바꿨다.왕주는 소곡주처럼 덧담근 약주다.멥쌀떡에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밑술에 찹쌀밥과 누룩,야생국화,홍삼,구기자,오미자,솔잎 등을 혼합해 덧술을 빚는다.재료 하나하나가 예로부터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이 탁월한 것만 모아 놓았다.여기에 임금의 입맛과 건강을 생각하며 빚던 정성이 들어있으니,그 맛이 예사롭지는 않을 터.
남씨가 시음용으로 내온 술을 한 잔 권한다.혀끝에 감도는 감칠맛과 그윽한 향은 우리 전통 약주의 맛 그대로인데,무언가 특이한 느낌이 하나 온다.머릿속을 씻어주는 듯한 상쾌함이 그것.누룩 특유의 냄새가 주는 묵직한 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저온 숙성과 급속 냉각 여과법을 쓰기 때문이에요.술을 빚어 숙성시킬 때 10도 이하에서 발효시키고,떠낸 술은 특수한 냉각여과기를 이용해 불순물을 깨끗이 걸러냅니다.”
이 방법은 누룩냄새를 싫어하는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도입했는데 상당히 반응이 좋다고 한다.또 외국인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미국,일본 등에 수출도 한다.
불순물을 깨끗이 걸러냄으로써 보통 상온에서 보름 정도인 저장기간을 2년으로 늘려,보관에 따르는 문제점도 사라졌고,숙취도 거의 없다고 한다.
가야곡왕주㈜가 생산하는 술은 약주인 가야곡왕주와 증류식 소주,막걸리격인 뻑뻑주 등 3가지.남씨의 세 아들인 이정연(36)·준연(33)·규연(30)씨가 각각 하나씩 맡아 왕주의 계보를 잇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이들은 일대에서 ‘누룩 3형제’로 유명하다.
남씨는 요즘 가야곡왕주와 찰떡궁합을 이룰 만한 음식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일본의 청주인 ‘사케’가 생선회(스시)와 결합해 세계시장에서 대 성공을 거두었듯이 전통주와 고유의 음식 결합을 통해 외국인들의 입맛을 잡아보려는 것이다.
글 논산 임광동기자 sdragon@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논산IC에서 빠져 68번,4번 지방도를 갈아타고 가야곡,양촌 방면으로 15분쯤 가다보면 도로 왼쪽으로 가야곡왕주 공장과 전시판매장이 나온다.천안-논산 고속도로 서논산IC에서 나와 4번 도로를 이용해도 된다.전시판매장에서 가야곡왕주를 시음해본 뒤 구입할 수 있다.(041)741-8353∼4.
●여기도 구경하세요
논산은 부여나 공주처럼 백제 유적지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두 도시 못지않게 백제의 흔적이 많다.우선 계백장군이 5000명의 군사로 나당연합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황산벌이 있다.4번을 싸워 이겼으나,결국 패했던 이곳엔 통한의 한을 품고 전사한 계백장군의 무덤이 있다.
고려 태조가 936년 후백제 정벌에 성공하고 세우게 했다는 개태사에도 가보자.태조는 당시 친히 지은 발원문에서 ‘후백제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의 도움 때문이니 앞으로 불위(佛威)로써 나라를 옹호하기 바란다’고 했다고 한다.노성면 일대에 있는 노성산성은 논산 동부지역으로부터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당시 백제가 논산 일대에 쌓았다고전해지는 13개의 크고 작은 산성들중 유일하게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무얼 먹을까
은진미륵이 있는 관촉사 입구에 가면 ‘돌체’란 한정식집이 있다.주인의 깔끔하면서도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손맛이 느껴지는 곳.특히 생선회와 홍어회 등 해산물 맛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4인기준 1상에 7만원.인원이 적거나 한정식이 부담스러우면 갈치정식(1만2000원)이나 불고기(1만원)를 고르면 된다.(041)732-3422.
이 종묘대제에서 쓰이는 제주(祭酒)가 바로 충남 논산의 ‘가야곡 왕주’다.‘가야곡’은 논산시 가야곡면에서 따왔고,‘왕주’는 왕실에서 마시던 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술도가의 안주인 남상란(57)씨를 가야곡면 육곡리 가야곡왕주 전시장에서 마주했다.명인 제13호로 지정돼 있는 남씨는 외할머니,친정어머니에 이어 왕주를 빚어왔다.
“외할머니(민재득)는 명성황후(민비) 친정인 민씨 집안 분이셨어요.당시 민씨 집안에선 대대로 빚어 마시던 곡주에다 조선 중엽 성행했던 약주를 접목시켜 술을 빚어서 왕실에 진상했다고 해요.그 비법을 친정어머니(도화희)가 이어받아 제게 물려주셨지요.”
지금 ‘가야곡왕주’는 술 이름인 동시에 사업체 상호이다.원래 남씨 시댁은 60년대부터 동동주,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반야주조장)을 운영해온 술도가집.한때 ‘가야곡 동동주’‘뻑뻑주’로 충남 일대에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으나,90년대 들어 토속주가 외면당하면서 사업이 위기에 몰렸다.
이때 남씨는 남편(이용훈·57)에게 친정의 가양주를 빚어볼 것을 권유해 91년 ‘가야곡왕주’란 이름으로 빛을 보게 됐다.술이 기대 이상의 호평을 얻고,97년엔 종묘대제의 제주로 쓰이게 되자 부부가 상의해 아예 상호를 가야곡왕주㈜로 바꿨다.왕주는 소곡주처럼 덧담근 약주다.멥쌀떡에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밑술에 찹쌀밥과 누룩,야생국화,홍삼,구기자,오미자,솔잎 등을 혼합해 덧술을 빚는다.재료 하나하나가 예로부터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이 탁월한 것만 모아 놓았다.여기에 임금의 입맛과 건강을 생각하며 빚던 정성이 들어있으니,그 맛이 예사롭지는 않을 터.
남씨가 시음용으로 내온 술을 한 잔 권한다.혀끝에 감도는 감칠맛과 그윽한 향은 우리 전통 약주의 맛 그대로인데,무언가 특이한 느낌이 하나 온다.머릿속을 씻어주는 듯한 상쾌함이 그것.누룩 특유의 냄새가 주는 묵직한 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저온 숙성과 급속 냉각 여과법을 쓰기 때문이에요.술을 빚어 숙성시킬 때 10도 이하에서 발효시키고,떠낸 술은 특수한 냉각여과기를 이용해 불순물을 깨끗이 걸러냅니다.”
이 방법은 누룩냄새를 싫어하는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도입했는데 상당히 반응이 좋다고 한다.또 외국인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미국,일본 등에 수출도 한다.
불순물을 깨끗이 걸러냄으로써 보통 상온에서 보름 정도인 저장기간을 2년으로 늘려,보관에 따르는 문제점도 사라졌고,숙취도 거의 없다고 한다.
가야곡왕주㈜가 생산하는 술은 약주인 가야곡왕주와 증류식 소주,막걸리격인 뻑뻑주 등 3가지.남씨의 세 아들인 이정연(36)·준연(33)·규연(30)씨가 각각 하나씩 맡아 왕주의 계보를 잇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이들은 일대에서 ‘누룩 3형제’로 유명하다.
남씨는 요즘 가야곡왕주와 찰떡궁합을 이룰 만한 음식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일본의 청주인 ‘사케’가 생선회(스시)와 결합해 세계시장에서 대 성공을 거두었듯이 전통주와 고유의 음식 결합을 통해 외국인들의 입맛을 잡아보려는 것이다.
글 논산 임광동기자 sdragon@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논산IC에서 빠져 68번,4번 지방도를 갈아타고 가야곡,양촌 방면으로 15분쯤 가다보면 도로 왼쪽으로 가야곡왕주 공장과 전시판매장이 나온다.천안-논산 고속도로 서논산IC에서 나와 4번 도로를 이용해도 된다.전시판매장에서 가야곡왕주를 시음해본 뒤 구입할 수 있다.(041)741-8353∼4.
●여기도 구경하세요
논산은 부여나 공주처럼 백제 유적지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두 도시 못지않게 백제의 흔적이 많다.우선 계백장군이 5000명의 군사로 나당연합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황산벌이 있다.4번을 싸워 이겼으나,결국 패했던 이곳엔 통한의 한을 품고 전사한 계백장군의 무덤이 있다.
고려 태조가 936년 후백제 정벌에 성공하고 세우게 했다는 개태사에도 가보자.태조는 당시 친히 지은 발원문에서 ‘후백제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의 도움 때문이니 앞으로 불위(佛威)로써 나라를 옹호하기 바란다’고 했다고 한다.노성면 일대에 있는 노성산성은 논산 동부지역으로부터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당시 백제가 논산 일대에 쌓았다고전해지는 13개의 크고 작은 산성들중 유일하게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무얼 먹을까
은진미륵이 있는 관촉사 입구에 가면 ‘돌체’란 한정식집이 있다.주인의 깔끔하면서도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손맛이 느껴지는 곳.특히 생선회와 홍어회 등 해산물 맛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4인기준 1상에 7만원.인원이 적거나 한정식이 부담스러우면 갈치정식(1만2000원)이나 불고기(1만원)를 고르면 된다.(041)732-3422.
2004-01-30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