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책임총리제가 흥정거리인가

[사설] 책임총리제가 흥정거리인가

입력 2003-12-27 00:00
수정 2003-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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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이 중대선거구제 또는 도농복합형선거구제를 한나라당이 받아들인다면 내년 총선후 다수당에 총리추천권과 일정 부분 각료제청권을 넘겨주는 책임총리제 도입을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정작 한나라당측은 “제의받은 바 없다.”고 시큰둥한 반응이며,민주당은 ‘뒷거래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김 공동의장의 제안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것은 물론,정치도의나 관행,법적 절차 등 어느 쪽으로 봐도 옳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정당들이 선거법 개정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흥정에 가까운 제안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공론화 과정도 없이 선거를 앞둔 시점에 느닷없이 권력구조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총선에서 좀 더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정략적 발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또 열린우리당이 전제로 내세운 도농복합선거구제나 중대선거구제가 지역구도를 완화시킨다는 보장도 없다.열린우리당이 소수니까 제1당인 한나라당과 이해를 맞춰 세를 불려보겠다는 불순한 의도라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게다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 아닌가.

열린우리당의 제안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권력구조 문제에 대한 논의는 투명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열린우리당이 밀실에서 한나라당에 제안하고 결정할 일이 아닌 것이다.과거 밀실에서 내각제를 합의했지만 정당한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에 무산된 전례도 있다.책임총리제 도입 같은 중대한 사안은 대통령과 정당대표,국회의장 등 정치지도층이 모여 토론하고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그런 점에서 열린우리당의 발상과 행동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열린우리당이나 청와대측은 이런 정략적 제안을 즉각 거둬들이고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정치개혁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책임총리제 도입 문제는 정치개혁과 총선 결과가 나온 뒤 거론해도 늦지 않다.

2003-12-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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