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기러기아빠 외롭다 울지만 말고 날자! 건강나라로

수백만 기러기아빠 외롭다 울지만 말고 날자! 건강나라로

입력 2003-11-10 00:00
업데이트 2003-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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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을 외국으로 보내고 혼자 사는 가장을 ‘기러기아빠’라고 부른다.40∼50대로 건강에 가장 신경써야 할 나이대가 많다.이 연령대에 들면 각종 건강지표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혼자 사는 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기러기아빠들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식사를 예사로 거르는가 하면 주말을 계획없이 보내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특히 생활리듬이 깨진 상태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생활이 계속되면 자신도 모르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심혈관질환 등 생활습관병(성인병)을 키울 수 있다.스트레스를 음주,흡연으로 풀다 보면 위험은 더욱 증가한다.여기에 위축된 심리 상태와 외로움까지 겹쳐 건강에 빨간 불이 켜지기 쉽다.전국적으로 수백만을 헤아린다는 기러기아빠들의 건강법을 살펴보자.

●사례

1년 전에 아들과 딸,아내를 뉴질랜드로 유학보낸 박준규(41·회사원)씨는 최근 들어 걱정거리가 늘었다.회사 건강검진에서 당뇨가 심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의사는 규칙적인 생활과 당뇨에 필요한 식단을 준비해실행해야 한다고 충고했지만 혼자 사는 박씨로서는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고향에 계신 노모에게 집안 일을 부탁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아버지 때문에 어렵다.그는 지금 흔들리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김유환(39)씨는 처음부터 내키지 않았던 ‘기러기아빠’ 신세에 대한 불만에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까지 겹쳐 ‘이게 사는 건가.’라고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가 잦아졌다.가끔 집에서 밥을 해먹어도 보지만 손에 익지 않아 이내 흥미를 잃어버렸다.그런데다 최근엔 부쩍 체중이 늘고 혈압이 올라 여간 고민이 아니다.가끔 등산을 하지만 자주 가지 못해 건강에 딱히 좋을 것 같지도 않다.혼자 사는 생활이 이렇게 자신의 삶을 황폐하게 할 줄 몰랐다며 후회하고 있다.

●최고의 적,불규칙한 생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생활 패턴이 깨지지 않도록 규칙성을 갖는 것.기러기아빠들의 건강 문제는 불규칙한 생활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단순히 ‘한끼 때운다.’는 식으로 끼니를 챙기다 보면 자신도 몰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혼자 있어 술자리가 잦아질 수 있다.과음은 필요 이상의 열량을 체내에 축적시켜 비만과 당뇨,간질환의 원인이 되며,생활리듬을 깨뜨려 문제가 된다.

●건강을 미리 챙기는 지혜

30대 후반부터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40대 후반부터는 복부비만으로 인한 당뇨병을 경계해야 한다.음주,흡연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절제된 생활과 함께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은 전신 쇠약감이나 피로감 등 가벼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유의해야 한다.

고혈압은 두통과 함께 뒷목이 뻣뻣한 증세로 나타난다.이유없이 코피가 터질 때도 고혈압을 의심할 수 있다.고지혈증과 동맥경화는 특이한 증상없이 장기간 서서히 진행되므로 40대 이후부터는 정기 혈액검사를 통해 질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심혈관질환은 갑자기 숨이 차오르거나 운동할 때 가슴을 조이는 통증이 온다.가슴 통증이 팔로 뻗친다면 협심증을 의심할 수 있다.

검진 방법도 어렵지 않다.고지혈증은 혈중 지질검사,당뇨는 혈당검사,고혈압은 혈압검사로쉽게 확인되며,확진이 되면 의사와 상의해 생활요법과 함께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특히 주변에 가족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 지병이 있는 사람은 가까운 이웃이나 친척에게 미리 알려 비상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또 응급상황에 대비,비상연락처를 메모해 둬야 한다.

●황폐화하는 정신건강

기러기아빠에게 외로움은 가장 큰 적이다.여기에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자칫 심리적 공황상태나 우울증을 유발하며,극단적인 경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이 필수적이다.

가족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연대감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있을 때보다 더 자주,더 진실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서로가 사소한 일이라도 알리는 등 대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한다.운동을 겸한 취미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체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순환기내과 한기훈 교수,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정신과 유범희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
2003-11-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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