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민주당 ‘분권형 개헌’ 손 잡을까

한나라 민주당 ‘분권형 개헌’ 손 잡을까

입력 2003-11-10 00:00
수정 2003-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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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책임총리제를 핵심으로 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그러나 개헌을 하려면 국민투표 등 난제가 많아 현 단계에서 실현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 “민주 고위인사가 추진 제의”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는 9일 “최근 민주당 고위인사로부터 총선 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하자는 제의가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이어 “개헌을 통해 총선 뒤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이 참여하는 ‘연립내각’을 구성하자는 내용”이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외교·안보·통일 등 외치(外治)를 맡고,국무총리 이하 내각은 3당이 나눠 맡는 형태”라고 소개했다.다만 민주당의 제안이 누구에 의해,어떤 경로로 제기됐는지는 함구했다.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에게 전달됐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당론으로 내세운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안에도 이런 주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홍사덕 총무는 사견을 전제로 도농(都農)복합선거구제와 더불어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심지어 최 대표조차 홍 총무의 중·대선거구제 주장에는 반대하면서도 분권형 개헌에는 “지금 대선자금 문제로 한창 전쟁 중이니 천천히 하자고 홍 총무에게 말했다.”고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분권형 개헌 문제는 양당 공조에 일조하는 듯하다.나아가 대선자금 정국이 일단락된 뒤 곧바로 공개적인 논의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시기는 대략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수사가 정점으로 치달을 내년 1월말 또는 2월 정도가 될 듯하다.물론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다.

●내년1월말 공개논의 돌입 가능성

분권형 개헌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구상은 그러나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우선 열린우리당과의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할 민주당으로서는 지역여건 등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공개표명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설령 연립내각 구성을 총선공약으로 내세우더라도 ‘영남당’과 ‘호남당’의 지역연합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두 당 모두에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

●“동상이몽… 난제 많아 실현 미지수”

이런 결과를 우려,양측이 ‘이면계약’ 형태의 느슨한 연대를 택한다 해도 한·민 연립내각 가능성은 박약하다.민주당의 경우 정당역사나 이념에 있어 대척점에 있는 한나라당보다는 집권세력인 열린우리당과의 연대를 택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이로 미루어 한나라당은 과반의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고,이에 성공한다면 민주당과의 연립 대신 독자적인 내각 구성을 추진할 게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연립내각 구성 논의는 양당의 ‘목표’라기보다 분권형 개헌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총선 전까지 여권과의 정국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나아가 분권형 개헌을 실현하기 위한 공조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진경호기자 jade@
2003-11-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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