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vs 정부 온라인 결제전쟁

게임업체 vs 정부 온라인 결제전쟁

입력 2003-11-08 00:00
수정 2003-11-0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온라인 게임 업체들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통신위원회(이하 통신위)가 ‘온라인 결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바타와 아이템의 현금 구입으로 인한 사이버머니 충전,보호자 동의 없는 미성년자의 ARS 결제,월 한도가 없는 무제한 요금 징수 등 시민·사회 단체,언론들이 그동안 지적해 오던 고질적인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대한매일 7월26일자 19면 보도) 문화관광부와 영등위,통신위의 뒤늦은 대응에 게임업체들은 공동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이용불가’ 상태에서 불법 영업을 계속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온라인 게임계는 지금 전쟁중

지난 1일자로 온라인 고스톱,포커 등 대다수의 게임 포털에서 서비스하는 도박성 게임들이 모조리 ‘불법’이 됐다.영상물등급위원회가 ‘심의 미필 게임’으로 ‘이용불가’ 판정을 내렸기 때문.그러나 거의 모든 업체들이 지금도 해당 게임들을 서비스하고 있다.

영등위에서는 지난달 초 “미성년자들이 게임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게임 포털의 월 이용 금액 한도액과 아바타·아이템의 중복구입 횟수를 제한하라.”며 지난달 말까지 업체들에 ‘게임 콘텐츠 패치’를 일괄 신고할 것을 지시했다.콘텐츠 패치 신고란 이미 심의를 받은 게임에서 아이템 등 변경 사안이 있을 경우 이를 신고해 재심의받는 것.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은 주소 부정확 등의 이유로 공문 자체를 받아보지 못했다거나 설령 받았더라도 신고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며 응하지 않았다.지난달 30일에는 60여개 온라인 게임 관련 업체들이 모여,일괄 신고 결정을 내린 영등위 온라인 게임물 분류소위원회를 성토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등위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전 심의 때는 없었던 사이버머니 충전을 위한 아이템 판매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장치에 대해 재심의를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따라서 업체들이 현재 ‘심의 미필’로 이용불가 상태에서 하고 있는 불법영업에 대해 음반 비디오 게임에 관한 법에 따라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형을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문화관광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영업정지처분도 내릴수 있다.이 때문에 최근에는 게임업계에 ‘영업정지설’이 돌아 관련 주들의 주가가 출렁였다.

●통신위원회,미성년자 온라인 결제도 문제 있다

통신위도 최근 “부모 동의 없이 전화요금 청구서에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이용료를 합산 청구하는 등 각종 온라인 결제 문제들에 대해 엄중 대처하겠다.”는 지침을 밝혔다.통신위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200여건이던 관련 민원이 올 3분기 1000여건으로 5배나 폭증했다.”면서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업체들을 조사 중인데 시정명령,과태료 부과 등 강한 행정 처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이에 대해서도 “원천적으로 온라인 결제를 규제하면 군소업체들을 죽이는 결과밖에 낳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나섰다.유력 게임 포털 업체 관계자는 “ARS 결제 대신 지로,신용카드 결제로 회귀할 경우 시장이 최소 30%는 축소된다.”면서 “인터넷에서 실명이나 부모 동의 확인은 너무 큰 비용으로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이들은 “사전 규제 등 원천 봉쇄가 아닌 사후 환불 등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으라.”고 주장했다.정통부는 이달 안에 미성년자 통신 결제 규제에 대한 최종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어떻게 볼까

게임 업체들의 사회적 책임감이 결여됐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그러나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문화관광부와 영등위,통신위의 ‘업무 태만’이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특히 영등위는 도박성 게임들에 대해 지난해 6월 첫 심의를 한 후,이들이 사이버머니 충전 아이템 판매 등으로 환금성·사행성·편법 유료화 논란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재심의를 하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언론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비로소 “아이템 중복구입 횟수,월 정액 등을 제한해 재심의받아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일부 업체들은 ‘권고’에 고분고분히 ‘자정’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게임포털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은 새달 중순에 고스톱 등을 즐기는데 필요한 사이버머니를 없애고 마일리지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충전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입하지 않아도 다른 곳에서 취득한 마일리지로 게임을 즐길 수있게 하는 것이다.네오위즈의 게임포털 피망도 정액제 패키지 상품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또다른 N업체 등 대다수 업체들은 “아이템 구입으로 인한 충전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며 당분간 사태 추이를 관망할 것임을 밝혀 ‘권고’의 효력이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영등위가 아이템 구입을 금지하지 않고 중복 구입 횟수만 제한한 것은 사실상 사이버머니의 현금 충전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자칫 잘못하면 현재의 환금성·사행성·편법 유료화 논란이 있는 사이버 도박을 그대로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이들은 “최소한 도박성 게임들에 대해서만이라도 주무부처를 일원화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수범기자
2003-11-08 19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