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신용불량 해결책 없나 / 실태 분석

청소년 신용불량 해결책 없나 / 실태 분석

입력 2003-10-06 00:00
수정 200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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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 절망하는 20대 청춘들이 무더기로 양산되고 있다.미래를 설계해야 할 청년들이 무절제한 과소비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요즘에는 실업난 등으로 생계형 신용불량자도 늘어나는 추세다.지난 8월말 현재 20대 신용불량자는 67만여명으로 전체 20대 12명 중 1명꼴에 달했다.청년 신용불량의 실태와 해결의 실마리를 알아봤다.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사무국 6층 상담실.개인워크아웃(상환기간 연장,부채 감면 등 금융기관과 신용불량자간 채무 재조정을 통한 경제적 회생)을 주선하는 이곳은 시장터나 다름없다.18개 상담창구는 꽉 들어찼고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대기실은 물론,복도와 비상계단까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30분간의 상담을 받으려면 꼬박 4∼5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최모(24·충북 청주 출신·서울 C대 휴학중)씨도 3시간째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그가 카드빚 3000만원을 안고 신용불량의 멍에를 쓴 것은 올해 초.집안이 가난해 대학 첫 등록금부터 카드빚을 내야 했다.처음 서울에 올라올 때만 해도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하숙비 정도는 충당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뜻대로 안됐다.몇백만원의 카드빚이 순식간에 두배,세배로 커졌다.최씨는 지금 신용카드사에서 연체자에게 빚 독촉하는 일을 하고 있다.자기와 똑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상대로 빚 받아내는 것이 미안하지만 그나마 돈벌이가 제일 쏠쏠하다.그는 마음이 급하다.취직을 하려면 졸업 전까지는 신용불량 딱지를 떼어야 하기 때문이다.

5300만원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된 김모(28·여·대전시)씨는 서울대 공대 출신의 재원.2년 전 부친이 큰 병에 걸린 뒤 병원비를 대느라 카드빚을 졌다.다니던 대기업 연구소는 그만둔 지 오래고 지금은 학습지 방문교사를 하고 있다.회사로 연체독촉이 빗발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주부 박모(53)씨는 신용불량자인 딸(26)을 데리고 왔다.“딸이 살을 뺀다며 다이어트 식품을 마구 사들이기에 무슨 돈으로 저러나 싶었지요.그게 다 카드로 긁었던 거였죠.나중에 보니까 갖고 있던 옷이며 핸드백이며 모두 몇십,몇백만원짜리 명품들이더군요.” 박씨는 이미 2000만원씩 2차례에 걸쳐 딸의 빚을 갚아줬지만 이제는 능력이 없는 상태다.딸의 빚은 현재 8000만원이 넘는다.

20대 청년 신용불량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통계수치가 말해준다.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차 신용불량 증가기간에는 30∼50대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의 2차 신용불량 증가기에는 20대가 다른 연령대를 압도하고 있다.올 8월말 현재 20대 신용불량자 수는 67만 2000명.20대 전체 인구 795만 4000여명(통계청 추계)의 8.4%다.전체 신용불량자 수(341만여명)가 지난해 8월에 비해 43% 가량 늘어난 데 반해 유독 20대는 70% 이상 증가했다.특히 20대 여성 신용불량자의 증가율이 가파르다.올초 20만 8600여명에서 31만 100여명으로 48.6%나 증가했다.

잠재 신용불량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발표했던 ‘20대 소비·금융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3명 중 1명꼴인 34.1%가 카드 결제대금이 모자라 애를 먹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4명중 1명(24.5%)은 카드빚을 갚기 위해 돌려막기를 경험했다.국민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청년실업이 더욱 심각해진 지금은 연체 위기에 빠진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 김승덕 홍보팀장은 “과소비로 인한 신용불량이 여전히 많기는 하지만 경기침체와 빈부격차 심화 등으로 생계를 꾸리려다 잘못되는 20대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한국금융연구원 이건범 연구위원은 “경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해야 할 청년들이 대거 신용불량자가 돼 경제활동에서 이탈함으로써 성장잠재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2003-10-0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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