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컷’만 하지 말고 ‘OK’사인도 좀 내주시죠/박찬욱감독 ‘올드보이’ 촬영현장

감독님 ‘컷’만 하지 말고 ‘OK’사인도 좀 내주시죠/박찬욱감독 ‘올드보이’ 촬영현장

입력 2003-07-18 00:00
수정 2003-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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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응어리진 한을 풀기 위한 몸부림’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아트서비스 종합촬영소의 세트장에는 두 배우가 토해내는 울분과 이죽거림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열기의 주인공은 10월말 개봉예정인 영화 ‘올드 보이’(제작 쇼이스트ㆍ에그필름)의 오대수(최민식)와 이우진(유지태).이날 촬영장면은 평범한 샐러리맨인 대수가 영문도 모른 채 납치돼 사설 감금소에 갇혀 15년을 잃어버린 뒤 그를 가두라고 지시한 우진과의 첫 대면을 담은 것이다.대수가 우진의 머리에 장도리를 들이대고 자신을 가둔 이유를 대라고 다그치자 우진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리모컨을 보여주며 약을 바짝바짝 올린다.

“(내몸에) 심장 박동을 도와주는 모터를 넣었어요.그거 넣을 때 의사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그 모터,리모컨으로 끌 수도 있게 해주세요.언제든지 자살할 수 있게요.

아유, 이거(대수)는 어떡하나.성질 같으면 당장(우진을) 죽여버리고 싶은데 그러자니 가둔 이유를 모르겠고,고문을 하자니 지가 먼저 죽어버린다고 그러고…”.

깐깐한 박찬욱감독은 야속할 정도로 “OK”대신 “컷”사인만 반복한다.장도리와 유지태의 머리만 클로즈업해야 하는데 각도가 맞지 않아 최민식의 머리가 겹친 것.잇단 농담으로 지친 스태프를 달래주던 최민식도 엉거주춤한 자세로 팔을 뻗은 자세가 견디기 힘들었는지 “얼차려가 따로 없네”라며 돌아선다.

힘든 일만 있는 건 아니다.스태프들의 참을성이 시험받을 무렵,한 스태프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뭐 좀 먹이지”라는 박감독의 우스갯 소리로 한바탕 웃음잔치를 벌이며 스트레스를 날린다.여유도 잠깐.이번엔 리모컨의 배터리가 말썽을 부렸다.아침부터 진행된 촬영에 배터리가 가물가물 해진 것.특수 제조한 리모컨이라 배터리 교체가 쉽지 않아 전문가를 부르는 한편 남은 ‘반짝 전력’으로 촬영에 박차를 가했다.희비 속에 하루를 보내면서 7∼8분 분량을 필름에 담았다.

지난 5월 12일 크랭크인해 절반 가량 촬영을 마친 ‘올드 보이’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했지만 큰 틀만 빼면 거의 새 영화다.

특히 작품의 핵심인우진이 대수를 감금한 이유는 ‘함구령’을 내려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발설할 경우 계약금의 3배를 위약금으로 내게 하는 등 궁금함을 더하게 하는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

파주 이종수기자

‘올드보이’는 이런 영화

‘올드 보이’촬영 도중 잠시 짬을 낸 자리.고생 속에 정이 들어서일까.박찬욱 감독과 배우 최민식 유지태는 서로를 치켜세우느라 여념이 없다.

●박찬욱 감독 스릴러 액션드라마이지만 생각보다 코믹한 영화가 나올 것이다.오대수가 증오의 화신처럼 원수를 찾아 다니지만 뜻대로 안풀리고 어긋난다.굳게 다문 입에 레게 파마풍의 부스스한 머리로 진지하게 복수에 나서지만 되는 일 하나 없이 좌충우돌 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라.

●최민식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다.박감독은 내가 멋있게 폼 잡는 꼴을 못보겠다는듯 망가뜨렸다.곳곳에 유머라는 폭탄을 숨겨뒀다.그렇지만 오락게임한 뒤의 공허함을 남기는게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지는 퀄리티 있는 작품이다.눈과 귀가 재미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유지태 너무 많은 요소가 담겨져 있어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도덕적·사회적 응징의 문제를 이야기하는게 아니다.수줍음 잘타고 내성적인 사람이 말 잘하고 씩씩한 사람을 갖고 노는 통쾌함 등 다양한 흥밋거리가 담겨 있다.복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사람이 어떻게 될까를 한번쯤 생각하게 할 것 같다.
2003-07-1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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