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재특검법 ‘일사부재리’ 위배

[열린세상] 재특검법 ‘일사부재리’ 위배

이장희 기자
입력 2003-07-17 00:00
업데이트 2003-07-17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국회는 지난 15일 본회의에서 법사위 통과 때처럼 민주당의원들이 반대,퇴장한 가운데 대북송금 재특검법을 통과시켰다.그러나 이번 재특검법은 우선 수사대상을 과거보다 확대하거나 중복 규정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재특검법의 수사대상은 ‘대북송금 및 그와 관련된 150억원 사건을 포함한 관련 비리의혹사건,북한의 핵 고폭실험 인지 이후에 제공된 남북협력기금,현대를 통한 대북현금제공 의혹,청와대 등의 비리사건’ 등이다.이로 인해 수사대상이 1차 특검과 중복되면서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헌법상 일사부재리의 원칙의 침해라는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있다.더구나 이번 재특검에 단서를 제공한 북한의 핵 고폭실험 완료를 한·미양국정부가 검증할 수 없다고 밝힌 마당에 수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이뿐만 아니라 수사기간 연장도 종전에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했으나 재특검법은 보고만으로 가능케 해 특검을 국회 정쟁속에 휘말리게 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그리고 지난 특검법에서 위헌요소로 지적되었던 수사완료 전 중간수사결과 발표 조항도 수정 없이 그대로 통과되었다.경제와 민생법안 등 국정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외면하고,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처리하여야 할 대북송금 특검법을 무엇이 급해서 강행처리하였는지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2월14일 김대중 대통령의 해명과 사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월26일 노무현 대통령은 문제조항을 개정해줄 것이라는 야당의 정치적 신의만을 믿고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법을 수용했다.그 이후 문제조항의 개정은 고사하고,특검은 국민의 알권리와 국가이익 및 대외관계발전이라는 양자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물론 70일 동안의 특검수사는 자금조성의 경위와 사용처까지 밝혀내 국민의 알권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그러나 대북송금이 절차상 정당성이 결여됐고,국민적 의견수렴이 많이 부족했다는 이유만으로 소모적 남남갈등을 겪은 결과 정상회담에 관여한 자를 모두 범죄시하는 등 국가적 에너지를 크게 소진시킨 측면도 있다.이로 인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을 약속했던 6·15공동선언의 역사적 의의와 성과는 현재 크게 폄하됐고 실종위기에 놓여 있다.이러한 과정에서 야당은 정상회담 시의 정경유착,북측의 핵폭탄 제조에 남측의 현금이 사용됐을 가능성,그리고 국민의 의견수렴과정 미흡이라는 이유로 재특검법을 제안했다.

그러므로 정상회담과 관련된 대북송금에서 절차상 정당성의 하자는 국회에서 국정감사나 정치력으로 해결하고,정상회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소위 ‘150억원’은 개인비리차원에서 일반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하고 처리해야 할 뿐,더 이상의 재특검은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헌법상 평화적 책무를 진 대통령으로서 평화를 제도화하기 위해 내렸던 정상회담과 그 일련의 정치적 결단은 어떠한 대가를 지불했더라도 공공성을 지니면서 국가의 기본적 대외정책의 정치적 결정행위(헌법 제73조)로 보아야 하며,좁은 사법적 잣대로 재단해서는 아니된다.한반도 문제를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정치적 신뢰성이 담보된 6·15합의는 그 이후 남북교류에서 어려운 고비마다매듭을 푸는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은 재특검법 자체의 위헌성 그리고 6·15의 역사적 성과를 폄하할 가능성 그리고 남북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의 관점에서 특검수사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며,재특검법을 거부하는 역사적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국민의 알권리도 헌법 제37조 2항에 의해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어느 정도 제한이 가능하며,무제한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또 제1차 특검이 내세우는 절차적 정당성의 기준인 현행 냉전적 실정법도 분단현실을 돌파하려는 시대정신과 대통령의 헌법상 평화통일책무에 맞게 이제 개정되어야 한다.

이 장 희 한국외대 법대 학장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2003-07-17 15면
많이 본 뉴스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려면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이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음 중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대책은 무엇일까요?
고령자 실기 적성검사 도입 
면허증 자진 반납제도 강화
고령자 안전교육 강화
운행시간 등 조건부 면허 도입
고령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