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낙동강·오십천의 발원지 三水嶺

한강·낙동강·오십천의 발원지 三水嶺

임창용 기자 기자
입력 2003-06-26 00:00
수정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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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열리고,옥황상제의 명으로 빗물 한 가족이 땅으로 내려왔다.더불어 아름답게 살겠노라고 다짐했건만 하필 내린 곳이 한반도의 등마루인 태백의 준령 ‘삼수령’일 줄이야.이들은 여기서 헤어져야만 했고,아빠는 낙동강으로 흘러 남해로,엄마는 한강 줄기를 타고 서해로,아들은 오십천강을 이루어 동해로 각기 헤어지는 신세가 됐다.

한강과 낙동강,오십천강의 발원지 중심인 삼수령(三水嶺)엔 이처럼 가슴 아픈 전설이 스며 있다.한반도의 동·서·남쪽을 흐르는 3대강의 원류가 한 지점에 모여 있다는 점 자체가 참 흥미롭다.하루가 다르게 위세를 더해가는 더위도 피할 겸,생명의 원류를 찾아 태백으로 생태여행을 떠나본다.

삼수령(피재)은 태백시 시내에서 정선으로 이어지는 35번 국도를 따라 10분쯤 올라가다가 나오는 고갯마루.이론상으로는 ‘Y’자 형태로 계곡을 끼고 있는 이곳에 빗물이 떨어지면 각 계곡을 따라 흩어져 한강,낙동강,오십천으로 갈라져 흐른다고 해 ‘삼수령’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막상 올라보니 ‘삼수령’이라고 새긴 이정표만 덩그렇게 서 있을 뿐 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다만 고개 넘어 펼쳐진 태백의 준봉들이 ‘3대강의 발원지를 품고 있을 만도 하다.’란 느낌을 들게 할 뿐이다.

그래서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부터 찾아가 보기로 했다.삼수령을 넘어 정선 방향으로 10분쯤 달리니 왼쪽으로 ‘검룡소’ 이정표가 보인다.여기부터는 승용차끼리도 교행이 어려울 정도로 길이 좁다.조심스럽게 차를 몰고 들어가니 드문드문 민가들이 보이고 산자락 아래엔 제법 널따란 밭들이 펼쳐져 있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밭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동네 이름을 물어보니 ‘안창죽’이란다.흙벽 위의 녹슨 양철 지붕들,집 앞 전봇대에 매놓은 황소 등이 마을 뒷산인 금대봉과 어우러져 마냥 평화로움을 자아낸다.

포장과 비포장이 반복되는 길을 따라 30분쯤 들어가니 검룡소를 알리는 자연석이 서 있다.차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검룡소까지는 1.3㎞.길은 평탄하고 널찍해 걷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15분쯤 걸어올라가니 자그마한 정자가 나오고,바로 위에 1300리 한강물길의 출발점인 검룡소가 있다.분명 물이 떨어지는 폭포도 없고,주변에서 흘러드는 샘도 없건만,지름 4∼5m는 족히 될 만한 소(沼)에 물이 가득하다.물은 땅속,정확히 말하면 바위 밑에서 콸콸 솟아오르고 있다.소에선 물이 넘쳐 제법 많은 수량의 물을 아래쪽으로 흘려보낸다.

소 주변 바위들은 신비로움을 연출이라도 하듯 온통 진녹색 이끼 옷을 입고 있다.소에서 넘친 물은 집채만한 바위에 난 골을 따라 힘차게 내려간다.깊이 30∼40㎝,너비 1m 정도의 바윗골은 30여m 이어지며 7∼8개의 작은 폭포를 이룬다.바위에 저 정도의 골을 만드는데는 수만년,아니 수억년의 세월을 필요로 했으리라.

●낙동강을 품안에… ‘황지’

검룡소를 나와 향한 곳은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黃池).태백시 중심인 황지동에 있다.1300리 낙동강 물길의 원류가 시내 한 중심에 있는 게 왠지 어색하긴 하나 태백이 고원지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도 하다.

‘황지’란 이름은 연못 자리에 살던 황부자란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욕심쟁이 황부자가 시주를 하라는노승에게 곡식 대신 쇠똥을 한 바가지 퍼주고 나서 얼마후 집이 땅 밑으로 가라않고 그 자리에 널따란 연못이 생겼다는 전설이다.둘레가 100여m,깊이가 4m 쯤 되는 황지에선 하루 5000여t의 물이 용출해 태백시내를 가로지른 뒤 황지천을 거쳐 낙동강을 이루어 남해로 흘러든다.

황지를 보고 ‘구문소’를 빼고 갈 순 없다.황지에서 흘러나온 물은 태백시 동점동에 이르러 큰 바위산을 뚫고 지나가며 큼지막한 석굴을 만들고,그 밑으로 널찍한 소를 이루는데,바로 구문소다.구문소(求門沼)는 ‘구무소’의 한자 표기로,구무는 구멍·굴의 고어라고 한다.구문소 주위는 모두 석회 암반이다.바위 위로 축축 늘어진 노송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일대 장관을 이룬다. 오십천은 인근 어디쯤일 것이라고 추정만 할 뿐 원류의 정확한 지점이 분명치 않다.그래서 통리협곡의 미인폭포를 오십천 발원지의 상징 정도로 삼는다.태백에서 38번 국도를 따라 삼척방향으로 가다보니 왼쪽으로 미인폭포 안내판이 보인다.

●美그랜드캐니언과 흡사 ‘통리협곡’

주차장에서 폭포까지는 500m 정도.폭포수가 떨어지는 용소 주변은 온통 바위투성이다.통리협곡은 퇴적 암반층으로 신생대 초기 심한 단층작용과 강물에 깎여 깊이가 최대 270m에 달한다.형성 과정이나 지형이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흡사하다.

벼랑은 자갈과 모래,고운 진흙이 각각 굳어져 생긴 암석층이 차곡차곡 쌓여 마치 시루떡을 연상케 한다.계곡 주변에 지천으로 핀 들꽃,숲속에서 들려오는 뻐국새 소리,절벽을 미끄러지며 떨어지는 물소리,코 끝을 유혹하는 풀 향기.초여름의 미인폭포는 시각과 청각,후각을 온통 자극하는 ‘입체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태백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해발 920m 용연동굴 다채로운 볼거리 제공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제천IC에서 빠져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영월을 거쳐 태백까지 가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4시간 소요.삼수령은 태백시내 못미쳐 만나는 35번 국도에서 좌회전해 정선 방면으로 20분쯤 올라가면 된다.

미인폭포는 태백시내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도계 방향으로 가다가 통리에서 427번 도로를 갈아타고5분만 가면 안내판을 볼 수 있다.황지는 시내 중심에 있어 찾기 쉽다.구문소는 시내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봉화 방면으로 남진하다가 동점동에 이르러 만나게 된다.

●숙박

태백시에서 운영하는 ‘태백산민박촌’이 싸면서도 깔끔하다.태백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주위 경관이 빼어나고 삼복더위에도 이불을 덮고 자야 할 만큼 시원한 것이 장점.콘도식으로 지어 가족이 묵기에 좋다.단 취사도구는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2인실(9평 3만 3000원),5인(15평 4만 5000원),대가족형(32평 9만 5000원) 등 총 73실을 운영중이다.전화로 예약 가능.요금은 당일 지불하면 된다.(033-553-7460).

●인근 가볼 만한 곳

우리나라 동굴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용연동굴(해발 920m)에 가보자.백두대간 중추인 금대봉 능선에 자리잡고 있다.고생대 지층에 해당하는 이 굴에선 잘 발달한 석회암과 화석 파편들이 발견된다.총길이가 843m인 동굴은 길이 130m,높이 50m의 광장 등 2개의 광장과 2개의 수로로 이루어져 있다.광장엔 음악에 맞춰 물을 뿜어대는 리듬 분수대와 화산모형 분수대 등이 설치돼 조명과 어우러져 볼거리를 제공한다.입장료 어른 3500원,중·고생 2500원,어린이 1500원.태백시청 문화관광과(033-550-2083),관광안내소(033-550-2828).

[식후경] 담백한 태백산 한우 양도 푸짐 ‘기쁨2배’

태백시내에 가면 ‘실비’란 단어가 들어간 식당이 자주 눈에 띈다.실비식당,경성실비식당,한우마을실비 등등.다른 지역에도 보통 싸다는 것(實費)을 강조하기 위해 ‘실비’를 붙인 식당이 많지만,태백에선 태백산 한우 고깃집을 의미한다.

태백산 한우는 해발 650m 이상 고지대의 맑고 청정한 환경에서 자라고,다른 지역과 달리 전기식 도축이 아닌 재래식 도축을 통해 신선한 육질을 보증한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자랑.고지대의 특성상 모기가 없어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고기맛이 남다르다는 점도 내세운다.

시내 10여 군데의 식당에서 태백산 한우를 취급한다.그중 태백역 앞의 경성실비식당(033-553-9357),황지연못 인근의 ‘한우마을실비’(033-552-5349)의 고기맛이 유명하다.특히 2인분 이상을 시켜야 하는 다른식당과 달리 경성실비식당은 1인분만 시켜도 고기를 내므로 혼자 여행하는 사람도 고기맛을 볼 수 있다.

주메뉴는 갈비살(1인분 1만 9000원),등심(1만 8000원),양념갈비(1만 8000원) 등 세가지.특히 숯불에 살짝 익힌 갈비살은 한 점만 씹어도 군침이 입안 가득 고일 정도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태백에선 1인분의 양이 300g으로,서울 등 다른 지역의 2인분 양과 비슷하다.
2003-06-2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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