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e세상’ / 개인 카드정보 매매 중개사이트까지

‘무서운 e세상’ / 개인 카드정보 매매 중개사이트까지

입력 2003-05-03 00:00
수정 200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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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개인의 신용카드정보가 술술 새고 있다.고객 수백명의 신용카드 정보를 카드정보중개상에게 넘겨준 신용카드사 직원과 이 정보를 이용해 카드깡,현금서비스로 돈을 챙긴 카드중개상 등 일당 7명이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일 고객 620명의 신용정보를 700만원을 받고 팔아 넘긴 허모(31)씨와 카드정보중개상 이모(27)씨 등 4명을 신용정보이용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등 혐의로 구속했다.또 카드깡 업자 한모(39)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용카페서 수백명단위 거래

모 카드업체 본사 실사팀 직원이었던 허씨는 지난 3월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로부터 “회원들의 신용카드정보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회사 전산망과 가입신청서에 나타난 회원 620명의 인적사항과 카드번호,카드유효기간,비밀번호 등을 이씨에게 넘겼다.

허씨는 경찰에서 “카드 연체대금 3000여만원을 갚기 위해 이씨의 유혹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가운데 400명의 신용정보를 또다른 중개상 김모(29·구속)씨에게 1000만원에 넘겼다.김씨에게 넘기지 않은 220명의 정보는 위조카드를 만드는데 이용됐고,이 위조카드는 현금서비스로 12억원을 인출하고 경마·경륜사이트에서 5000만원을 결제하는데 사용됐다.경찰은 위조카드를 만든 인물을 추적하고 있다.

●정보판 카드사직원등 7명 적발

김씨는 이씨에게서 구입한 400명의 신용정보를 다시 배모(30·구속)씨에게 2000만원을 받고 넘겼다.배씨는 이 가운데 41명의 정보를 이용,카드깡을 통해 1억원을 챙겼다.

경찰은 카드깡 업자나 카드사 직원 등에게서 고객 정보를 입수,판매하는 카드중개상 20∼30명이 인터넷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구매자를 모집한 뒤 신용카드 한도액의 10∼30%를 받고 정보를 팔아 넘긴다.실제 구속된 이씨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쩐주와 쌍둥이 카드’라는 커뮤니티를 개설,운영했다.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커뮤니티만 6개에 이른다.

●위조카드 만들어 12억 인출

청량리에서 카드깡을 하는 양모(45)씨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는 신용정보 유출자와 구입·판매업자,카드깡업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신용정보가 보통 100장 단위로 거래되지만 전주가 여유가 있을때는 1000장을 넘는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올 1·4분기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상 개인정보 침해 신고는 518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49건에 비해 64.6%나 늘었다.지난달 21일에는 해킹을 통해 인터넷쇼핑몰 회원 6578명의 신용카드정보를 빼낸 일당 5명이 검거됐다.

전문가들은 신용카드업체와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신용카드 이용자가 모두 관심을 가져야 신용카드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인터넷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커뮤니티를 수시 점검,불법행위가 일어나는 곳은 폐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신용정보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 카드결제시 사용내역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휴면카드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택동 유영규기자 taecks@
2003-05-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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