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돋보기 / 드라마는 연기연습장이 아니다

드라마 돋보기 / 드라마는 연기연습장이 아니다

입력 2003-04-15 00:00
수정 200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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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천년지애’에서 또다시 가수 출신 연기자의 연기력 부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천년지애’는 최근 시작한 드라마 가운데 20%대의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주말드라마.판타지·멜로·코믹이 적절히 섞인,기존 드라마와는 차별성을 가진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하지만 핑클 출신 성유리의 연기가 드라마의 ‘옥에 티’란 지적이다.

성유리가 맡은 역할은 남부여의 공주인 부여주.1400년전에 자신의 왕국과 사랑하는 아리 장군을 잃은 비운의 여인.자신도 모르는 사이 미래로 떨어져 ‘좌충우돌’ 기막힌 상황을 겪는 코믹 드라마 속 인물이기도 하다.복합적인 배경 속에서 사극풍의 연기를 해야하는 만큼 그 어떤 드라마 속 인물보다 어려운 역할이다.

하지만 성유리의 연기는 처음 몇 회는 누가 봐도 심할 정도로 어색했다.콧소리가 들어간 강약 조절이 없는 목소리는 슬픈 장면에서도 웃음이 나오게 했고,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도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어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국어 책을 읽는 것 같다.”“오른발 나갈 때 오른손,왼발 나갈 때 왼손이라 걸음걸이가 웃긴다.”“학예회를 보는 것 같다.”는 등 연기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물론 성유리 같은 인기 가수를 드라마에 캐스팅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도 많다.제작진으로서는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는 장점이 있고,연예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을 팔방미인으로 만들어 다른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가수의 팬이 아니라 일반 시청자를 고려한다면,배역에 맞는 캐스팅은 필수다.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성유리의 연기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드라마가 연기 연습장은 아니다.가수를 무조건 캐스팅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가수가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역할을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SBS ‘스무살’의 SES 출신 슈,MBC ‘논스톱Ⅲ’의 핑클 출신 이진,KBS2 ‘저 푸른 초원위에’의 채정안 등의 경우를 보면 해답이 나온다.그들이 성유리보다 덜 ‘욕’을 먹고 있는 이유는,제작진이 무리하게 그들을 전면에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천년지애’가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긴 하지만,그렇다고 캐스팅의 과오가 덮어지는 것이 아님을 제작진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김소연기자 purple@
2003-04-1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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