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마담뚜

[씨줄날줄] 마담뚜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2003-03-18 00:00
수정 200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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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사랑은 모든 것을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본다.”고 말했다.결혼의 낭만적 환상은 그러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달콤한 사랑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천사였던 여자도 부부생활에서 악마가 된다.”고 말했다.사랑은 이처럼 세월이 가며 변한다.

사랑이 변하더라도 ‘마음으로 보는 사랑’으로 맺어지는 결혼은 행복한 출발이다.그런데 물질적 욕망의 허영심이 커진 현대사회에서는 ‘눈으로 보는 조건’으로 맺어지는 결혼이 많아지고 있다.조건에 맞추는 상류층의 결혼을 중매하는 사람들이 마담뚜다.이들의 중매로 ‘신귀족층’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마담뚜들은 1970년대 이후 상류층 사회의 결혼을 중매해왔다.많을 때는 강남에만 1000여명이 활동했었다고 한다.그런데 90년대 중반부터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결혼정보회사들이 많이 등장하며 마담뚜의 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들은 특히 특정 부유층의 결혼을 주선하는 별도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명문가팀,노블레스 클럽등이 대표적인 예다.명문가 팀의 회원 조건은 ‘가족 재산이 50억원 이상’ 등 보통사람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그렇지만 회원수가 수백명이나 된다고 한다.상류층을 전문으로 하는 결혼정보회사도 성업중이다.

결혼정보회사와 마담뚜들이 최근에는 이화여대생 잡기에 나섰다.이화여대가 지난 1월 재학중 결혼을 금지한 금혼(禁婚)학칙을 폐지한 이후 이화여대 학생들이 매력적인 며느리감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이화여대 출신들은 예부터 최고 며느리감으로 불려왔다.이화여대 학생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분노하며 우리를 상품화하지 말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결혼이 상품화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결혼에서 사랑이 전부는 물론 아니다.그러나 조건 때문에 결혼하는 것은 행복을 놓치기 쉽다.그들은 자기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남에게 행복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더 애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재산이나 조건이 중요시되는 타산적인 결혼은 마음의 빈곤이라는 불행에 빠지기 쉽다.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는 “재물의 빈곤은쉽게 치유되지만 영혼의 빈곤은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창순 논설위원

cslee@
2003-03-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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