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드라이브] 베를린 울린 ‘동승’ 눈물겨운 촬영기

[시네 드라이브] 베를린 울린 ‘동승’ 눈물겨운 촬영기

김소연 기자 기자
입력 2003-02-19 00:00
수정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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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3회 베를린영화제 아동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 영화 ‘동승’.지난주 ‘동승’의 주경중 감독과 함께 한 베를린영화제 동행이 가볍지만은 않았다.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99년부터 촬영에 들어갔지만,기획단계까지 합하면 제작기간은 총 7년.제작비 20억원은 기본이고 한 편을 완성하는데 1년도 채 안 걸리는 요즘 한국영화의 제작 환경과 비교할 때,겨우 7억원이 없어서 제작기간이 길어졌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하지만 ‘동승’의 제작과정은 이 땅에서 상업영화의 시스템에 들어가지 않은 채 영화를 만드는 게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를 잘 보여준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꼬마 스님의 이야기 ‘동승’.이리저리 뒤집어봐도 상업영화 코드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코미디도,액션도,멜로도 아닌 이 영화에 예상대로 투자자가 나서지 않았고,주 감독은 발로 뛰며 돈을 구해야 했다.아버지의 집을 담보로 융자를 받고,전셋집은 아내 몰래 월세로 바꿨다.

돈이 생기면 찍고 없으면 쉬면서 촬영을 진행했지만,첫 촬영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주인공 김태진군이 한창 자랄 나이여서 마냥 느긋할 수만도 없는 처지였다.사채를 얻고,신용카드 10개를 만들어 돌려막기도 여러번.겨우 돈을 마련해 촬영장에 가면 헌팅할 때와 배경이 달라져 애를 먹기도 했다.

계절이 바뀌면 1년을 기다리고, 200만원을 구하기 위해 전화 40통을 걸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스타도 없고 이름난 제작사의 작품도 아닌 영화 ‘동승’이 지난해 완성과 동시에 개봉을 했다면 1∼2주 단관 개봉에 그쳤을 것이다.하지만 시카고·상하이·베를린영화제 등 해외 유수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받으면서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원금을 투자로 바꿔달라는 사채업자도 생겼다.그렇다고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돈 놓고 돈 먹는’ 영화시장에서,해외영화제 초청 소식만으로 배급업자들이 두 손 들고 환영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

시덥지도 않은 영화에 수십억원씩 쏟아붓는 현실에서,꿋꿋이 보통의 상업영화와는 다른 감동을 만들어 낸 ‘동승’이 4월 국내 개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한다.그보다먼저,상업영화 제작 시스템 밖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안정적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김소연기자 purple@
2003-02-1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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