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은 상상력을 갉아 먹는 걸까.35만달러라는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전세계 영화팬들을 공포로 몰아가며 신드롬까지 일으킨 ‘큐브’.하지만 전편의 명성을 업고 할리우드로 입성한 ‘큐브2-하이퍼 큐브’(Hyper Cube:Cube2)는 돈들인 흔적만 역력했지,전편의 아우라는 찾아볼 수 없는 영화다.
왜,어떻게 오게 됐는지 알 수 없는 8명의 사람들이 큐브 안에 갇혀 탈출을 시도한다는 설정은 전편과 같다.전편의 큐브가 방마다 서로 다른 색깔을 지녔다면,이번의 큐브는 새하얀 방의 연속이다.비명이 섞인 듯한 금속성의 소리가 기분 나쁘게 들려오고,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전전한다.
전편은 온갖 수학적 공식이 등장하면서 관객의 지적인 추리력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인간의 악마적 본성을 드러내며 근원적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반면 이번 작품은 이 둘을 다 포기한 채 큐브를 둘러싼 음모와 시각적 효과에만 치중했다.
우선 공식을 풀며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그냥 두려움에 떨며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긴박감이떨어진다.등장인물 역시 함께 헤쳐나갈 방법을 찾으며 서서히 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입체적인 인물이라기보다는,쉽게 포기하거나 상황을 즐기는 단세포적 반응을 보인다.또 몇 개의 군으로 떨어져 움직이기 때문에 공포가 집중되지도 않는다.
그래도 할리우드로 건너간 만큼 시각효과는 늘었다.시공을 초월한 6000만개의 방으로 구성된 4차원의 하이퍼 큐브는 방이 스스로 움직이기도 하고,중력이 이동하며,방마다 시간의 속도가 다르고,심지어 똑같은 인물들이 서로 다른 방을 활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다양성이 오히려 큐브의 매력을 감소시킨다.게다가 실험을 위해 한 무기업체가 만들어 놓은 음모라는 설정은 지나치게 가볍다.사실 전편에 그토록 관객들이 열광한 건,원인도 모른 채 공포에 시달려야만 하는 인간이란 존재와 세상이란 공간의 깊이가 주는 위력 때문이었을 것이다.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에서 촬영을 맡아온 안드레이 세큘라의 감독 데뷔작.
김소연기자
왜,어떻게 오게 됐는지 알 수 없는 8명의 사람들이 큐브 안에 갇혀 탈출을 시도한다는 설정은 전편과 같다.전편의 큐브가 방마다 서로 다른 색깔을 지녔다면,이번의 큐브는 새하얀 방의 연속이다.비명이 섞인 듯한 금속성의 소리가 기분 나쁘게 들려오고,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전전한다.
전편은 온갖 수학적 공식이 등장하면서 관객의 지적인 추리력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인간의 악마적 본성을 드러내며 근원적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반면 이번 작품은 이 둘을 다 포기한 채 큐브를 둘러싼 음모와 시각적 효과에만 치중했다.
우선 공식을 풀며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그냥 두려움에 떨며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긴박감이떨어진다.등장인물 역시 함께 헤쳐나갈 방법을 찾으며 서서히 악한 본성을 드러내는 입체적인 인물이라기보다는,쉽게 포기하거나 상황을 즐기는 단세포적 반응을 보인다.또 몇 개의 군으로 떨어져 움직이기 때문에 공포가 집중되지도 않는다.
그래도 할리우드로 건너간 만큼 시각효과는 늘었다.시공을 초월한 6000만개의 방으로 구성된 4차원의 하이퍼 큐브는 방이 스스로 움직이기도 하고,중력이 이동하며,방마다 시간의 속도가 다르고,심지어 똑같은 인물들이 서로 다른 방을 활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다양성이 오히려 큐브의 매력을 감소시킨다.게다가 실험을 위해 한 무기업체가 만들어 놓은 음모라는 설정은 지나치게 가볍다.사실 전편에 그토록 관객들이 열광한 건,원인도 모른 채 공포에 시달려야만 하는 인간이란 존재와 세상이란 공간의 깊이가 주는 위력 때문이었을 것이다.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에서 촬영을 맡아온 안드레이 세큘라의 감독 데뷔작.
김소연기자
2003-01-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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