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연체 비상] (3)연체 가계빚 어떻게 터질까

[가계 빚 연체 비상] (3)연체 가계빚 어떻게 터질까

김태균 기자
입력 2002-10-29 00:00
업데이트 200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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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부터 4년동안 일본에서는 폭발적인 가계대출 붐이 일었다.경제에 대한 낙관론에 저(低)금리 기조가 맞물린 결과였다.자금의 태반은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향했다.금융기관들은 부동산과 증권에 대한 대출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했다.주택금융전문회사까지 차려 대출경쟁을 해대는 바람에 전체 은행대출 중 부동산 투자분의 비중이 84년 6%에서 90년 11%로 증가했다.이로인해 닛케이225 주가지수는 85년 말 1만 3000대에서 89년 말 3만 9000선으로 3배로 뛰었고,실질지가(地價)지수 역시 85년 말 30선에서 90년말 105가 됐다.‘버블(거품)경제’의 절정이었다.이런 버블은 90년 이후 자산가격 급락으로붕괴됐고 오늘날까지 10여년간 이어지는 장기불황의 원인이 됐다.

국내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경제 체질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탓이다.특히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이 부동산과 같은 자산에 묶여 있어 디플레이션 등 다양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가계대출 중 절반은 부동산에 투자되어있는 것으로 당국은 추정한다.5년전 외환위기이후 경기 촉진을 위해 부동산 투기 억제 규제를 푼 탓에 은행 돈으로 아파트를 사놓는 투기가 성행한 결과이다.나머지 대출 가운데 상당부분은 주식투자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정보통신 붐을 타고 월급쟁이들의 ‘벤처 투자’가 유행했다.벤처붐은 꺼졌고 주가는 추풍낙엽처럼 하락했다.부동산 값은 정부가 대대적인 억제에 나서자 주춤하고 있다.앞으로 부동산값마저 떨어질 경우 대출받은 돈으로 집을 여러채 사둔 사람들의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가계부채가 과도할 경우,자산가격의 하락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이를테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산 아파트의 값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아파트 보유자들의 부채상환 능력은 급격히 떨어진다.이 경우 은행들은 신규 대출을 줄이고 대출금의 회수에 나선다.그 결과로 부채상환을 위한 자산매각이 잇따르게 되고 매물이 넘치면서 다시 자산감소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또한 자산소득 감소로 ‘부(富)의 효과’가떨어지면 소비가 줄고 연쇄적으로 물가하락·임금감소·실업증가 등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현상으로 이어지게 된다.한국은행 고용수(高瑢秀) 아주팀장은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을 불러온 주요요인 중 하나가 자산구입을 위한 과도한 가계대출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자산가격변동과 통화정책' 보고서를 통해 “물가가 안정돼 있을 경우,경제주체들은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차입(대출)을 통한 주식·부동산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자산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밝혔다.이미 미국과 일본이 이런 상황을 경험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에서는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충격이 외국에 비해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부동산가격에 대한 기대심리가 매우 높고 소비의 급격한 위축 가능성도 적어 일본과 같은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반면 한국금융연구원 이명활(李銘活) 부연구위원은 “경기상승기보다 경기하강기에는 전반적으로가계부채 상환능력이 떨어져 누적된 문제가 폭발하게 된다.”면서 “가계대출 규모가 더욱 커지게 될 내년에는 걱정스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2002-10-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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