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석연찮게 끝난 연예비리 수사

[사설] 석연찮게 끝난 연예비리 수사

입력 2002-10-10 00:00
수정 2002-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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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비리에 대한 수사가 3개월만에 석연찮게 끝났다.검찰은 7월에 수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급성장한 연예산업의 고질적인 비리를 뿌리뽑겠다고 장담했으나 결과는 예전과 다르지 않다.홍보비 등을 받은 방송사 PD 등 39명을 적발해 16명을 구속기소했지만,14명은 이미 보석·구속 취소로 풀려났다.은경표 전 PD,연예기획사 대표 이수만,개그맨 서세원씨 등 ‘거물’들은 대부분 잠적해 버렸다.

검찰은 연예기획사의 주식로비,폭력조직 자금의 연예산업 유입,대종상 수상 로비,연예인의 성상납 등 핵심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그러나 국민은 검찰이 밝혀낼 의지가 부족했거나 수사력 부족으로 밝혀내지 못했을 뿐이지,그같은 비리는 있는 것으로 믿는다.더욱이 수사력보다는 의지 부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연예비리 수사는 시작 1개월만에 흔들리기 시작했다.그 때부터 서울지검은 연예인의 조직적인 로비에 부딪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사건을 맡았던 김규헌 부장검사는 결국 지난 8월22일 단행된 정기 인사에서 전보 발령됐다.검찰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김 부장이 외압에 의해 자리를 옮겼다는 얘기가 파다했다.물론 수사의 어려움도 거론된다.연예계 비리는 아주 고질적이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미리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에 들어갔다면 이렇게 흐지부지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연예계에서는 벌써 홍보비를 주고 받는 관행만 은밀해졌을 뿐 달라진 것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앞으로 검찰은 ‘절반의 실패’라는 비난이 나오지 않도록 이번 사건 수사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아울러 3∼4년에 한번씩 소나기성으로 수사할 것이 아니라 상시 정보수집 체제를 갖춰 그때그때 비리를 단절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02-10-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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