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지 않은 5시간, 리투아니아 연극 ‘오델로’ 공연

지루하지 않은 5시간, 리투아니아 연극 ‘오델로’ 공연

입력 2002-09-24 00:00
수정 2002-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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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지 않은 5시간짜리 연극이 가능할까.2000년 서울연극제에서 4시간 동안 공연된 리투아니아 연극 ‘햄릿’을 봤다면 바로 ‘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폭발적 에너지와 넘치는 상징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리투아니아의 연출가 네크로슈스가 새달 다시 한국을 찾는다.이번엔 ‘오델로’다.

셰익스피어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 작품을 5시간이나 무대언어로 풀어낼지 의문부터 들 터.‘오델로’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가운데 시간과 장소가 가장 제한된 작품이기 때문이다.원작은 성급한 오델로가 질투에 눈멀어 이틀 새에 아내를 목졸라 죽이고 자살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네크로슈스는 이 질주하는 비극의 이야기로 연극을 후닥닥 매듭짓지 않는다.파멸로 치닫는 인간 내면의 고통을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해 극을 풍성하게 만들어낸다.해먹·나무상자·돌·도끼 등을 곳곳에 배치,파도처럼 거세지는 오델로의 감정 상태를 수백마디 대사보다 더 강렬하고 길게 전달한다.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오델로는 늙고 지친 모습으로,데스데모나는 막 피어난 꽃처럼 아름답고 천진난만하게 그려낸다.젊음과 늙음을 대비해 보다 근원적인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를 위해 데스데모나 역에 발레리나인 에글레 스포카이테를 출연시켜 춤추듯이 우아한 몸짓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이아고는 정신분열증을 보이는 흥미로운 캐릭터로 새롭게 탄생했다.때로는 사람으로 때로는 악마로 변하는 그를 지켜보는 관객은 자연스럽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연극평론가 김윤철씨는 “원작의 인종적·문화적 차이를 제거함으로써 이국적인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었다.”면서 “현대발레에 가까운 안무,시각적 이미지 등은 연극언어의 지평을 확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초연된 이래 폴란드 콘탁 페스티벌에서 최고 작품상·연출가상·남우주연상·비평가상 등 네 부문 상을 받았다.중간휴식 두 차례에 자막공연.새달 3·5일 오후4시,6일 오후3시.2만∼5만원.LG아트센터.(02)2005-0114.

김소연기자 purple@
2002-09-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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