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돌려막기’ 고시생 파산 는다

‘카드빚 돌려막기’ 고시생 파산 는다

장세훈 기자 기자
입력 2002-09-09 00:00
수정 2002-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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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과 이용으로 일정한 수입이 없는 상당수 고시생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9월부터 은행,카드사,할부금융사등으로부터 받은 500만원 이상의 대출정보를 금융권이 공유하는 등 신용카드 발급·사용기준이 강화되면서 그동안 여러개의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며 ‘신용불량’을 면하던 고시생들이 파산 직전에 몰렸기 때문이다.여기에 신용카드사들은 지난 7월1일부터 길거리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못하게 되자 고시촌 주변에 신종 ‘카드방'을 만들어 고시생들을 계속 유혹하고 있다.서울 신림동 고시촌에는 카드빚이 4000만원에 이르는 고시생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실태- 상당수 고시생들은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신용카드로 생활비와 유흥비 등을 충당하고 있다.이들은 카드 빚이 늘어나면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만들어 이른바 ‘돌려막기’로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고시생 정모(33)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4장의 신용카드를 만들어 쓰다보니 어느덧 1000여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면서 “주변에는 3000만∼4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고시생도 있다.”고 귀띔했다.

현금서비스로 주식이나 경마에 빠져 거액을 탕진하기도 한다.

강모(30)씨는 “고시촌에 오래 거주하는 노장 고시생들 가운데 현금서비스를 받아 주식 투자나 경마에 빠져 빚이 늘어나 파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특히 이들은 현금서비스 한도액을 늘리기 위해 전자 제품들을 구입하기도 하고,이자율이 높은 사채까지 쓰는 고시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모(32)씨는 “당장 카드 빚을 갚아야 하지만 대책이 없어 자포자기의 심정이 든다.”면서 “공부가 뒷전이 된 지 오래됐다.”고 한숨을 지었다.

◆계속되는 유혹의 손길- 신용카드사의 길거리 모집은 자취를 감췄지만 1∼2평짜리 사무실에서 고시생들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는 이른바 ‘카드방’이 고시촌 주변에 성업중이다.

카드방은 고시생들이 보는 정보지에 광고를 하는 등 고시생들의 카드발급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소득 수준과 결제능력 등을 고려해 무자격자에 대한 카드발급 등을 규제하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소득이 없는 고시생들은 카드방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데 어려움이 없다.

고시촌 일대에 자리잡은 단란주점 등 고급 술집도 고시생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장모(30)씨는 “고시생들도 술을 마시며 지친 심신을 달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자들의 술시중을 받으며 양주를 마시기 위해 수십만원을 지출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김모(30)씨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고시생들이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결국 신용카드 빚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절제 노력만이 살길- 이모(25)씨는 “고시생의 생활은 절제와 노력,극기와 인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면서 “절제하는 마음가짐이 없으면 고시생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없다.”고 당부했다.카드 회사의 한 관계자는 “연체이자를 위해 싼 이자의 대출로 유도하거나 완납시 연체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법을 쓰지만 임시방편이기 때문에 카드를 사용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지출능력에 맞게 소비를 조절해 나가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금융전문가들은 은행,카드사,저축은행,할부금융사로부터 500만원 이상 빌린 대출정보를 금융권이 공유하기 때문에 대출금 일부라도 서둘러 갚아 500만원 미만으로 분산시켜 개인 파산을 막을 것을 당부했다.

또 신용불량자로 등록될 위기에 처했다면 금리가 낮은 대환대출(연체금을 대출로 바꿔주는 것)을 통해 연체금을 갚도록 권하고 있다.

한 금융컨설턴트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다중채무자는 개인 신용회복 지원제도(워크아웃)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환대출은 물론 이자율 감면,만기연장,원리금 분할상환,채무감면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
2002-09-0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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