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대종상

[씨줄날줄] 대종상

김재영 기자 기자
입력 2002-08-27 00:00
수정 2002-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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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이 2000년 제37회 대종상 영화제 수상자 선정과정에서 금품 로비가 이뤄졌다는 단서를 포착,조사중이라고 한다.대형 연예기획사가 영화제 직전 소속 여배우의 신인상 수상을 위해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금품거래를 한 의혹이 있다는 것.최근 한국 영화는 세계 영화시장의 70%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작품과 자국시장에서 어깨를 겨루고 있어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작품의 선전과는 달리 범영화계가 참여하는 유일의 국내 영화상인 대종상(大鐘賞)은 아카데미상이나 칸 영화제,베니스 영화제 등 외국산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영화팬의 관심을 끌고 있을 뿐이다.

1962년 당시 문교부의 국산영화제를 모태로 제정된 대종상은 4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화상이지만 거의 매년 잡음과 비리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특히 외국영화 자유화조치(84년) 이전에는 작품상을 받는 영화의 제작사에 외화 수입쿼터 허용의 특혜가 주어지는 바람에 영화사들의 수상 로비가 치열했다.이런 특혜가 없어진 뒤에는 어중간한 능력의 배우,스태프가 이름을알릴 수 있는 도약판으로 여겨 지저분한 뒷소문이 끊이지 않았다.87년부터 영화인협회가 주관해오고 있는데 91년에는 본선 후보에 오른 5편중 2편의 제작사가 심사의 공정성을 문제삼아 출품을 철회했으며 94년에는 감독상 심사 결과에 불만을 가진 감독이 검찰에 수상작 투표함 증거보전 신청을 하기도 했다.96년에는 본선 진출작 17편중 유일한 미개봉작이 최우수감독,작품상을 휩쓸어 비난을 받았다.지난해에는 최고 흥행작인 ‘친구’가 단 한 부문도 수상하지 못했다.

문화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품을 창조하는 것도 어렵지만,관계종사자들이 하나같이 공정성의 권위를 인정하는 상을 제정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님을 우리의 문화계를 둘러보면 알 수 있다.누가 뽑고 어떤 절차로 뽑히느냐,즉 심사의 객관성 유지가 관건인데 대종상은 20인 이내의 예비심사위와 10인 이내의 본선심사위를 통해 수상작 등을 선정한다.미국 아카데미상의 경우 주관처 영화예술아카데미(AMPAS)를 40명의 평의회가 운영하고 있지만,상 자체는 미 전역에 분포된 4000여명 전 회원의 투표로 25개 전 부문이 결정된다.후보작 또한 부문별 회원들의 투표로 선정되고 있다.대종상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kjykjy@

2002-08-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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