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려되는 가계빚 급증

[사설] 우려되는 가계빚 급증

입력 2002-02-06 00:00
수정 2002-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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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급격히 늘고있다.지난해 9월 현재 개인들이대출과 신용카드 등 다양한 형태로 금융기관에서 빌린 빚은 316조 3000억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말보다 50%쯤 늘어났다.이처럼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빚이 늘면서 개인파산과 상속포기도 증가하고있다.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상속포기 신청이 1999년에는1795건이었으나,지난해에는 2619건으로 늘어났다.전국의개인파산 신청은 1999년에는 503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615건으로 뛰었다.

물론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의 실업 등 불가피한 이유로 금융기관의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딱한 사정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금융기관에 빚을 지면서까지 소비를 하거나,부동산투자 등을 하려는데 있는 것 같다.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영업행태도 가계 빚 급증을 부추기고 있다.은행들은 수익성과 안정성 등에서 기업대출보다는 가계대출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지난해 은행들의 신규대출 중 90%가 가계대출이라고 한다.

은행들이 부동산을 담보로한 대출을 늘리는 점도 가계대출이 짧은 기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요인이다.전체 담보대출에서 부동산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웃돌고있으며,최근에는 아파트를 담보로 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은행도 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떼일 가능성이 낮은 쪽에 대출을 늘리려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하지만은행들이 기업대출은 외면하고 손쉬운 가계대출에만 매달리려는 듯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계부채가 지나칠 정도로 늘고있는 것은 파산 등 개인의 문제도 심각하지만,전체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수도있다.예컨대 금리는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개인파산이 속출하게 되고,그 결과 부동산 담보대출을 늘린 은행들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가계대출이 부실해질 경우 은행의 자산건전성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은행들은 제대로 된 신용평가기법을 통해 유망한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기업대출을 줄이면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그렇게 되면 은행의 영업기반도 줄기 때문에,기업대출 축소는 결국 제살을 깎아먹는 악수(惡手)가 될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정부도 기업대출을 유도하고,가계대출 급증이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 해야 할 것이다.또 능력도 없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을막기 위해 신용카드 발급요건을 보다 강화할 필요도 있다.

2002-02-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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