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산책] ‘나쁜남자’ 이유있는 흥행

[충무로 산책] ‘나쁜남자’ 이유있는 흥행

황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2-01-16 00:00
수정 2002-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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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극장가에는 예상 밖의 ‘이변’이 발생했다.지난 11일(금요일) 개봉된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가 우려를 깨고 주말을 낀 첫 3일동안 전국 관객 13만명을 동원한것이다.여주인공 니콜 키드먼을 앞세워 막강 홍보를 펼친 할리우드 흥행작 ‘디 아더스’가 같은 기간동안 불러낸 관객이 전국 26만명.최근 작품성 있는 예술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한 전례를 감안하면 입이 딱 벌어지게 좋은 성적이다.

게다가 문제의 영화는 국내 흥행과는 인연이 없던 ‘김기덕표’ 저예산 영화다.

이 영화의 흥행에 특별한 관심이 쏠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한국영화판의 생리를 고스란히 대변해주는 ‘바로미터’ 같아서이다.

우선 주목되는 대목은 ‘배급의 힘’이다.영화의 배급사는시네마서비스와 더불어 최강의 배급력을 자랑하는 CJ엔터테인먼트.CJ가 튜브엔터테인먼트를 흡수통합하면서 배급을 떠맡은 덕분에 영화는 전국 상영 스크린을 무려 72개(서울 23개)나 잡았다.“(필름을)거는 만큼 (관객이)든다”는 말이충무로에 정설로 통하고 있는 터.제작사 LJ필름의 이승재 대표는 “‘섬’‘수취인 불명’등 전작들과는 달리 다분히 대중 선동적인 소재(창녀 이야기)덕도 봤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솔직히 CJ 배급망을 타지 못했다면 제아무리 흥행가능성을 보였어도 이만큼의 상영관을 확보하는 건 꿈도못 꿨을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뭐니뭐니 해도 스타 주인공의 위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인기 TV드라마 ‘피아노’로 주가가 급상승한 조재현이 주연하지 않았다면 개봉날인 금요일부터 매진사례를 기록했을까.회의적이다.한국영화의 흥행과 스타시스템간 불가분의 함수관계는 여전히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이런 부질없는(?) 희망사항이 고개를 들만도 하다.그 모두를 떠나 결국 관객의 취향이 ‘영화의 다양성’을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아직은 그것을 진실이라고 잘라 말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황수정기자
2002-01-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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